《장백산》2024년 제5호 | 주향숙朱香淑-고요를 위하여(수필)

文摘   文化   2024-10-12 08:00   吉林  

종이잡지-수필


고요를 위하여

주향숙 / 수필

나는 겉으로 얼마나 정상인 척하며 살아가는가? 나의 가슴속에는 사실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펄럭이며 충돌하는가? 그 제멋대로에 당황하고 불안하고 지친다. 가깝거나 멀리서 경고도 없이 갑자기 공격해오는 감각과 감정들이 가하는 충격에 나는 자주 놀란다. 그것들은 정확하지 않고 정연하지 않고 엉망진창이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떤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 어떤 리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없으며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내 머리는 자신을 알려고 하지만 늘 모름에 가까이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게도 불확실하고 마구 닥쳐온다. 그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것들은 친근하거나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이다. 그러면서 서로 겹치고 감기고 부딪치고 부서진다. 몇십개의 방향도, 세기도, 온도도 다른 바람이 함부로 뒤엉키거나 날뛰는 것 같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모른 척해버리지만 무질서하게 얽히고 들끓고 넘치는 것이 그깟 외면으로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무방비상태로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후줄근히 지쳐갈 따름이다.

그런 의식의 혼돈 속에서 때론 행위의 련속인 일상이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러느라 일상도 절대 평안할 수가 없다. 대화를 나눌 때도 얼마나 제각기 제 말을 하는가? 소통이 아니다. 그냥 쏟아냄이다. 침묵하고 듣는 양 하고 있을 때도 공감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학대하고 괜히 부끄러운 짓들을 저지르고 지어 마주 걸어오는 사람을 피할 의식도 갖지 못하는 순간이 오거나… 그 때면 분명한 자기만의 의식이 없는 것 같다. 복잡한 것들이 뇌의 일부분이 되고 육체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말하고 행동하고 먹고 자고 모두 무의식의 연장인 것 같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몸과 맘과 정신이 분렬되고 파괴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얼마간 축적될 때 쯤이면 히스테리적이 되기도 한다. 일상에서 느닷없이 발광적이거나 혼자의 세계로 아득히 침잠해버리거나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을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그들이 지금 복잡한 심경상태를 겪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외적인 것이 내적으로 쳐들어와서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내적인 것이 외적으로 뚫고 퍼져나가는 것도 아니다. 내적, 외적으로 복잡하게 관통하고 작용할 뿐이다. 우리의 세상은 얼마나 요란한가? 그것들이 정서의 동물인 인간에게 일으키는 반응은 만만치 않다. 우리의 감정 또한 얼마나 예민한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스스로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이미 세상이든 자신이든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닥치고 그것을 감당해내기 어려웠던 날들에 나는 누군가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도, 지어 곁에 다가오는 기척도 견디기 싫었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낼 힘도 없고 또 그런 수고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시할 능력도 없었다. 다만 고단했고 좌절감으로 가득찼다. 사람은 결코 자기의 감각, 감성,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았다. 그것들은 날카롭거나 둔중했다. 나는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먹고 자고 깨고 다시 먹고 자고 깨는 것을 원래 잘하는 편이지만 더우기 집요하게 반복한 것 같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 몸의 여력이 남아서 끊임없이 휘둘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모든 것의 혼재를 정리하여 결론을 내려고 싸우는 중일 것이다.

그런 날들에 나는 마음의 고요를 간절히 갈망했다. 그러나 잘 단련된 고요 한줌을 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어떤 층위의 고요였을가? 체념? 공허? 평화? 실의? 망각? 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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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향숙朱香淑-고요를 위하여(수필)

[책임편집: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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