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산》2024년 제5호 | 차설매车雪梅-봄미나리(수필)

文摘   文化   2024-10-25 08:00   吉林  

종이잡지-수필


봄미나리

차설매 / 수필

바야흐로 봄이 온다. 눈이 부신 연푸른 옷을 날씬한 몸에 휘감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하느작하느작 춤을 추며 봄아씨가 걸어온다. 만물이 기나긴 잠에서 깨여나 기지개를 켜며 옹송그렸던 몸뚱아리를 쭉 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곱디고운 봄아씨에게 환희의 인사를 보낸다. 더우기나 여러가지 꽃들이 겨우내 잉태했던 꽃망울들을 터뜨리며 울긋불긋 대지를 장식하고 그윽한 봄내음과 싱그러운 꽃향기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봄의 경상 속에서 나를 제일 현혹케 하는 것은 젊음과 희망의 상징인 매혹적인 푸르름이다. 봄이 오면 파아란 새싹들이 빠끔히 머리를 내밀고 “아이, 너무 따뜻해요.” 하면서 그 귀여운 잎사귀들을 미풍에 따라 한들거리고 수양버들의 휘늘어진 가지마다에 연록색의 아기나무잎이 뾰족뾰족 돋아 마치도 아릿다운 봄처녀가 파란 생머리를 풀어헤치고 하늘하늘 춤을 추는 것 같다. 그외에도 갖가지 나무들이 막 피여나는 록색잎들을 자랑하며 우리들에게 신선하고 멋진 봄의 례물을 선사한다.

오늘도 나는 그 황홀한 록색정취에 이끌려 정처없이 푸른빛이 손짓하는 저기 저 들판으로 달려갔다. 들판은 그야말로 푸른 주단을 필필이 펼쳐놓은 듯한 푸르름의 세계였다. 흰 구름이 목화송이처럼 뭉게뭉게 피여있는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록색의 세계를 거니는 나의 마음은 노래라도 부르고 싶고 날 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무연한 들판을 걷고 걷다가 문득 나의 시야에 너무나도 익숙한 파아란 풀들이 가지런히 서서 봄바람에 하느적거리고 있는 모습이 안겨왔다. 가까이 갈수록 코를 간지럽히는 독특한 향이 나의 페부까지 파고들었다. 홀린 듯 다가간 나는 “와- 미나리다!” 하고 저도 모르게 환희의 탄성이 터져나갔다. 얼마 만의 미나리와의 만남인가! 고향을 떠나온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맨날 아픈 자랑을 하다 나니 이 고장에 와서는 처음으로 보는 미나리다. 미끈하게 뻗은 줄기부터 삼각형의 어여쁜 톱이모양을 한 수많은 겹잎들은 모두 이쁜 록색으로 단장했다. 살펴보니 내 주위에 온통 미나리였다. 보는 순간 좋아서 미나리들을 가슴에 끌어안으며 자식을 애무하듯이 손으로 어루쓸어주었다. 미나리들은 해시시 웃으면서 “오래간만이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하면서 나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미나리는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먹는 나물이였다. 수분이 많은 개울가거나 논두렁 옆 그리고 습윤한 땅만 만나면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절로 순하게 잘도 자란다. 옛날 아이 적에 딸랑 량태머리를 하고 엄마가 해준 고운 치마저고리를 입고 아버지가 이쁘게 엮어준 광주리를 가지고 들로 나가서 먹음직한 미나리를 가득 캐여오면 “아이구, 우리 딸이 미나리를 이렇게 많이 캐왔네.” 하면서 엄마가 나의 어깨를 도닥여주며 칭찬을 했고 중의사인 아버지는 “미나리는 약재란다. 미나리를 많이 먹으면 간이 좋아진단다.” 하면서 안경 너머로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나는 미나리를 좋아했고 늘 시간만 나면 순희랑, 옥이랑 꼬맹이 친구들과 함깨 미나리 뜯으러 다니군 했다. 미나리는 자라면서 잎과 줄기가 심록색을 띠고 또 어떤 줄기는 약간의 암홍색도 띠면서 통통하게 자란다. 사람들은 미나리의 잎도 줄기도 모두 선호하며 생으로 무쳐먹기도 하고 살짝 데쳐서 갖가지 양념을 넣어 무쳐먹기도 하고 기름에 볶아서 먹기도 하고 만두소에도 사용했으며 향이 좋아 술에 불궈서 미나리술도 빚었다. 미나리는 흙과 물만 있으면 거기에 뿌리를 박고 순둥이처럼 잘 자라면서 오랜 세월 인간들에게 보약 같은 귀중한 존재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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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설매车雪梅-봄미나리(수필)

制作:金惠琳

编校:李   慧

审校:洪   丽

核发:安美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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