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인생
류일복 / 수필
꼬르륵- 나의 배꼽시계가 운다. 넌지시 곁눈질해보니 아직도 정자세로 근무시간을 불사르는 년장자 동료들은 미동도 없다. 내가 아저씨나 이모라고 부르기에는 결코 섭섭하지 않을 그네들의 진지한 일태도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렸다. 저 자신감과 끈기는 삶의 년륜에서 다져냈을가?
중간휴식시간에 아침밥도 거른 채 일에 쫓겨 나른해 서있는 나의 눈앞에 불쑥 나타난 것은 조장이모님이 건네준 소보로빵이였다. “새참은 나눠야 제맛이여.” 얼떨결에 받아먹긴 했지만 목구멍이 턱 막혔다. 다행히도 그녀는 겸연쩍은 내 얼굴을 지켜보지 않고 인차 돌아서서 페스티로폼기계와 련결된 벨트를 다시 작동시켰다.
거대한 해일이 쓸고 간 해변가처럼 등마루를 이룬 별의별 잡동사니들이 차례차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비닐, 종이, 노끈, 끌신, 김치박스, 음료와 맥주캔, 얼음팩…들은 한데 뒤엉키고 달라붙어 일하는 두 이모님이 살아온 삶 만큼 복잡하고 다난해보이기도 했다. 그것을 골라내는 두 이모님의 팔은 손오공의 요사스러운 여의봉이라도 되는 듯 이리 꽂히고 저리 헤집으며 들락날락 정확하게 쓰지 못할 것들만 족집게같이 집어냈다. 옆에서 페스티로폼 자루를 공급하거나 선별을 돕던 신출내기인 나는 연신 이것도 저것도 놓치지 말라는 이모님들의 말에 경황이 없어 쩔쩔맸다.
또순이처럼 일손이 꼼꼼한 조장이모님 뒤편에서 빨간 점퍼를 입은 이모님이 나 같은 엉성하고 설익은 일동무를 보고 코잔등이 간지러운지 쿡쿡거리기 시작했다. 무리한 악짓손이 능사만이 아니다며 곱게 웃던 그녀는 허리까지 치는 작업다이에 쌩하니 튀여올라가서 날렵한 일솜씨로 나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60이 청춘이라는 말이 그녀들의 몸짓에서 실감났다. 그녀들보다 무조건 나이 젊다고 믿고 덤벼들었던 나의 판단이 빗나간 때이기도 했다.
오후에는 이모들 팀에서 슬그머니 기권하고 아저씨들 팀에 합류했다. 손칼로 비닐테이프를 제거한 페스티로폼을 각자의 자루에 담아 이모님 팀의 손일이 늦춰지지 않도록 뒤받침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이였다. 아저씨들은 차분하게 저물어가는 인생을 정리하듯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꾸준하게 수선하고 끌어모으고 분류했다.
뜨거운 정오의 태양이 황금빛 노을을 거두어가는 어슬녘 하늘에 비해 무색해지면 안되지 하는 호기로 나는 몸집 큰 것들만 골라서 얼른얼른 자루에 쓱싹 쑤셔넣었다. 그런데도 흰머리가 다문다문한 옆아저씨의 자루를 훔쳐보니 내 자루는 배곯은 것처럼 홀쭉하기만 했다. 자루를 다이에 올릴 때에야 흰머리 아저씨가 허리를 폈다. 제딴에는 돕는다고 아저씨의 자루를 받아 냉큼 어깨에 둘러메는 순간 나는 휘청거렸다. 나의 자루보다 곱배기로 무게가 나갔기 때문이다. 들여다보니 차곡차곡 욱여넣은 것이 속이 꽉 차있었다. 빈 북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가벼운 내 자루를 들킬가 창피한 마음에 자리를 슬그머니 외면하고 말았다.
급여가 적고 지저분한 쓰레기처리장인 재활용 분류회사에는 이마에 지렁이 두세마리가 꼼지락대는 실버세대의 목소리들만 두런댄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불혹 후반에 든 나 한사람을 빼놓으면 전부 예순을 넘은 년장자 동료들에게서 나는 단순 일만이 아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이였다. 그들에게는 쓰레기처리장이 생활에 보탬이 되고 특히나 사회발전의 큰 걸림돌이 되는 쓰레기산을 쓸모 있는 재활용 용품으로 둔갑시켜가는 보람찬 일터인데 반대로 젊은이들에게는 돈이 안되고 더럽고 루추한 직업이라며 소외되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을 읽으시려면 아래 문자를 누르십시오.)
[책임편집: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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