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의 경주
김춘택 / 수필
2008년, 청도에서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을 때의 일이였다.
내가 기거하는 방의 유리창 밖에 문득 달팽이 한마리가 붙어 기어다녔다. 늘 박힌 돌처럼 집 안에 처박힌 사람이라 해볕이 비쳐드는 창문가에 앉아 문학창작을 하기를 즐기는 나에게 외로움을 달래줄 반가운 손님이였다.
며칠째 달팽이는 유리창을 절대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너비 2메터, 높이 1.7메터 가량 되는 유리창에서 기여다니는 엄지손가락마디 크기의 달팽이는 마치 외로운 배 같았다. 무더운 한낮에는 어디에 숨어서 뙤약볕을 피하는지 보이지 않다가 비오는 날이나 밤에만 유리창에서 활동을 했다. 밤에 창작을 많이 하는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인 셈이였다.
나는 달팽이와 한여름 친구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달팽이가 유리창 아래에 내 손이 닿는 곳에 머물러있을 때 달팽이를 붙들어 등에 빨간색 매직펜으로 표시해두고 다시 유리창 우에 놓아주었다. 제발 나의 유리창에서 떠나지 않고 오래 남아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나와 달팽이의 인연이 시작되였는데 달팽이는 부처상처럼 말을 하는 법이 없이 유리창만 외롭게 느릿느릿 기여다닐 뿐이였다. 어쩜 외로운 나에게 외로움을 더해주려고 나타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달팽이를 외로운 친구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자주 달팽이에게 말을 걸었다.
“달팽이야, 안녕? 오늘 밤 우리 경주를 해볼가? 네가 저 유리창 우까지 기여오르는 동안 나도 작품 하나를 완성해볼게. 네가 먼저 유리창 우에 기여오르면 네가 이기는 것이고 내가 먼저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내가 이기는 것으로 말이야.”
초저녁, 달팽이가 유리창 아래에서 우로 기여오르려고 할 때 나는 달팽이에게 내기를 걸었다. 달팽이는 답이 없었지만 유리창에서 조금 기여올라있었다.
“옳거니, 이제부터 너와 나의 경주는 시작되는 것이니라. 힘을 내라고.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나는 달팽이의 몫까지 응원을 해주었다.
유리창 우에까지 기여오르는 건 순 달팽이의 노력이였다. 나는 그저 달팽이가 기여오르는 것 만큼 내 문학창작의 결과를 재여보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달팽이가 땀을 흘리는 일도 없었다.
밤마다 달팽이는 유리창 아래에서 출발을 하여 유리창 우로 기여올랐는데 우에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유리창 아래로 내려와 숨어버리는 것을 반복했다. 나의 경우는 문학작품이 길고 짧음에 있었다. 시를 쓸 때는 하루 저녁에 두세수씩 쓸 수도 있었고 수필을 쓸 때는 하루 저녁에 한편을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설을 쓸 때는 며칠씩, 심지어 한달도 넘어 더 긴 시간을 소요했다.
처음에 내가 달팽이를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시 한수를 쓰고 유리창을 바라보면 달팽이가 아직 유리창의 반도 못 올라탔다. 그래서 내가 자만을 부리기 시작했다.
“달팽이야, 너는 아직 유리창을 절반 밖에 못 기여올랐네. 나는 벌써 시 한수를 완성했단 말이다. 오늘 저녁은 내가 널 이긴 것이다.”
사실 그렇게 쓴 시는 좋은 시가 되지 못했다. 수시로 달팽이가 유리창으로 기여오르는 것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팽이는 나를 조소하듯이 더 천천히 기여오르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내가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제발 이번에는 네가 나를 이기기를 바랄게.”
나는 달팽이가 기여오르다 멈춘 유리창의 절반에서 경주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뼛심을 넣어 멋진 시어를 넣어보기도 하고 시적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하기고 하고 시적 상징을 도출하기 위해 꽤 노력을 했다. 그래서 좀 괜찮은 시가 나오기도 했다.
“달팽이야, 나는 이번에 시를 좀 품을 들여 썼거든. 그런데도 너는 아직 유리창 우에까지 못 오르고 있구나. 너는 진짜 느림보구나.”
나는 달팽이를 조롱했다. 그래도 달팽이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 자리에 딱 붙어서 꿈쩍도 안 했다.
(전문을 읽으시려면 아래 문자를 누르십시오.)
[책임편집:리혜]
扫描左侧二维码进入
《长白山》微商城
阅读更多精彩文学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