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김춘택 / 수필
등에는 참으로 무섭고 혐오스런 놈이다.
초여름부터 삼복이 지나는 동안 소에게 붙어서 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이다. 소는 등에를 무서워하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소가 등에를 피할 수 있는 유리한 방법은 꼬리를 휘젓고 한쪽으로 눕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가 더 있다면 큰눈을 부릅뜨고 뿔로 나무를 들이박는 자학自虐이 그 전부다.
등에가 무섭다는 것은 풀을 뜯어먹으라고 들에 매놓고 그대로 두면 벌떼 같은 등에무리에 의해 피가 빨려 죽을 수 있고 혐오스럽다는 것은 소가 아무리 물리치려고 해도 악착스레 매달려 피를 빨아먹기 때문이다. 소의 힘으로는 물리칠 수가 없으니 소가 안타깝고 불쌍한 것이다.
나는 어릴 적에 소를 위해 등에를 잡아주는 일을 즐거운 일로 여겼다. 우리 조무래기들이 왼손에 병을 하나씩 들고 오른손으로 소에게 매달려 피를 맛나게 빨고 있는 등에를 잡아 병에 담아 넣었는데 병 하나에 등에를 가득 담는 일로 서로 경쟁을 했다.
우리 조무래기들은 생산대의 우사에 가서 이십여마리의 소에게서 등에를 잡는 구원병으로 활약했다. 그러므로 소들은 슬그머니 우리에게 감격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사람을 잘 뜨는 소도 우리가 등에를 잡아줄 때만은 순종을 했다. 그 때 소가 우묵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소에게 매달린 등에를 잡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소의 등이나 다리에 매달려 피를 실컷 먹어서 뒤꽁무니가 불룩해진 등에가 아니고는 우리의 손에 잡힐 수가 없다. 소의 몸에 붙어서 피의 맛에 실컷 빠지거나 피로 배를 채워 몸이 무거워 잘 날지 못하는 등에만이 고스란히 우리의 포로로 되였던 것이다. 등에도 만족에 지나치면 화를 입는 것이였다. 약삭빠른 녀석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에를 쫓는 데 더 달인이였다.
우리가 병에 등에를 가득 채워서 우사의 사양원 할아버지에게 가져가면 그는 우리에게 사탕 두알씩 포상을 해주었다. 등에를 많이 잡지는 못해도 등에를 몰아준 공이 있다고 등에를 병의 밑굽에도 못 채운 녀석들마저 사탕 한알의 포상은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등에잡이에 열중하는 유혹이기도 했다.
사양원 할아버지는 우리가 잡아간 등에로 등에서리를 해서 술안주를 하기도 했다. 그는 벼짚으로 불을 피워놓고 우리가 잡아간 꽁무니에 피가 가득찬 등에를 구워먹었는데 등에의 똥집에 든 피가 익어서 콩알크기의 선지가 되였던 것이다.
“너희들도 먹어보겠느냐? 요게 선지 치고는 콩알 정도지만 맛은 있지.”
그런데 우리는 먹지 않았다. 술안주에 몸살이 난 사양원 할아버지만 맛있다고 냠냠거렸을 뿐이였다.
후에 우리 집에서 황소를 키우게 되였고 우리 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소의 등에몰이를 맡겼다. 방학이나 일요일에 소를 등에로부터 피신시키는 일이 그 때 얼마나 하기 싫었는지 모른다. 소에게 풀을 먹이며 등에를 몰아내는 일은 정말 고역이였다. 잎이 무성한 긴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서서 소 뒤를 따라다니며 부채질을 해주어야 했다. 후에 나는 독서를 즐겨 소가 등에에게 피를 적당히 보시하게 하면서 소설책에 깊이 빠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에게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였다.
(전문을 읽으시려면 아래 문자를 누르십시오.)
[책임편집:리혜]
扫描左侧二维码进入
《长白山》微商城
阅读更多精彩文学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