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 수출 시대, 지속적 발전 가능한 길은?

时事   2024-11-15 15:00   吉林  

14일, ‘2024년 중국문학의 성연— 준마상의 밤’행사가 광서 남녕에서 펼쳐 진가운데 이번 기 수상자인 정봉숙과 김영건이 시상식에 참가했다. 정봉숙은 허련순의 장편소설 《위씨네 사당》을 한어로 번역해 제13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준마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앞서 지난 5일 장편소설 《위씨네 사당》의 창작 및 번역 과정을 두고 정봉숙, 허련순과 대담을 가졌다.
기자: 제13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 준마상 수상을 축하 드린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정봉숙: 국가급 상을 받게 된 것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혼자 등불을 밝히며 보낸 수많은 밤들, 외로운 시간 속 고뇌와 치렬한 노력, 끊임없는 고찰과 반복적인 수정작업 모두 보답받은 기분이다. 여러 민족 작가와 번역가를 길러온 《민족문학》 잡지에도 감사를 전한다. 우리 민족 형제자매들이 중화문화의 대가정 속에서 삶을 쓰고 감정을 표현하며 자기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민족의 훌륭한 작품을 중국 주류문단에 소개해 민족문화 융합을 추진하는 것은 번역가의 사명이다. 《위씨네 사당》을 번역하며 매끄럽고 정확한 언어로 작가의 창작 의도, 감정과 문맥을 전하고 작품이 지닌 중화문화의 깊이와 조선족의 독특한 매력을 융합하여 더욱 많은 독자들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허련순: 정봉숙의 번역 덕분에 《위씨네 사당》이 중국 문단에 알려지게 되고 준마상까지 받았다. 고맙다. 수상을 축하한다.
기자: 이 소설은 “조선족 작가가 쓴 첫 한족 소설”이라는 말이 있다. 창작 경과를 소개하자면?
허련순: 어느 평론가가 그랬다.
“왜 조선족 작가들은 중국에서 살면서 민족이야기에만 국한되여있는가?”
그 말에 소스라쳤다. 중국인이면서 중국적인 삶을 피해서 살았고 우리 문학 또한 적지 않게 중국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세월을 처연하게 자기 말만 하면서 살았는지 그 태연함이나 안일함이 놀라웠다. 우리의 문학이 중국 문단에 합류하지 못하면 중국 문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했다.
그 이후에 쓴 작품이 장편소설 《춤추는 꼭두》, 《안개의 문》, 《위씨네 사당》이다. 이 세 소설은 연변지역에서 중국 주요 문화도시인 상해, 소주, 남경 등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조선족 젊은이들의 삶을 그렸다.
무엇인가 시작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인생초짜들의 내면에 실재하는 욕망과 그에 어긋나는 삶의 괴리에서 만나게 되는 소외감과 고립감, 무력감에 감춰진 거짓 자아를 그려냄으로써 결국 ‘인간을 유린하는 실존의 기만’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는 존재의 깊은 속살을 보여주려고 했다.
기자: 독자로서 《위씨네 사당》을 읽고 어떤 감상을 받았는가?
정봉숙: 허련순은 중국조선족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다산작가로 연변 문단의 ‘상록수’이다. 왕성한 창작 열정을 유지하며 다양한 주제와 문체에 도전해왔다. 《위씨네 사당》을 읽고 허련순의 창작이 또 하나의 돌파를 가져왔다는 뚜렷한 느낌을 받았다.
우선 주제가 연변의 풍토인정을 다루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중국 내륙의 더 넓은 공간에 눈길을 돌리고 민족문학과 중화문화의 융합에 눈길을 돌렸다는 것이 돋보였다. 중국 사회의 큰 배경 속에서 위씨 가문의 희비를 주축으로 강서 일대의 독특한 사당 문화와 풍속, 조선족 전통을 교묘하게 엮어내면서 전통가문의 결혼 륜리와 현대 생활 속의 인간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옛 세대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가 하면 현대 청년들의 고민과 불안도 드러나있으며 인성의 어둠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희망의 빛도 비추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허련순은 현대문학의 창작기법을 흡수해, 명료한 선과 은밀한 트릭이 서로 얽히면서도 혼란 없이 절묘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기복이 있는 줄거리, ‘몽타주’식의 장면 전환이 모두 인상적이였다. 서술면에서는 표현이 정확하고 간결하며 생동감이 넘쳤다. 독자층의 호기심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면서도 지루함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에 화면감이 풍부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책의 3분의 1쯤 읽었을 때 이미 완전히 몰입되여 책을 놓기 어려웠다.
기자: 허련순 소설가는 어떻게 한족의 생활풍속 그리고 인물들을 생동하고 세절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는가?
허련순: 소설의 배경이 된 강서성 위수현에 두번이나 다녀왔다. 그러다 보니 그곳의 색갈과 그곳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아무리 용을 쓴다고 조선족으로만 살아왔던 내가 과연 한족작가들이 쓴 향토문학을 따라갈 수 있을가 하고. 그래서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 그들과 차별화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쓸 수 없고 나만 쓸 수 있는 게 무엇일가, 그러다가 결국 몇백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는 위씨라는 전통적인 한족가문에 조선족 녀성 민도희를 들여보냄으로써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였다.
기자: 작품을 쓸 때 번역까지 념두에 두었는가?
허련순: 작품에만 집중했다. 다만 작품이 좋으면 누군가가 번역을 하겠지 하는 생각은 해봤다.
기자: 《위씨네 사당》의 번역은 누가 먼저 제안한 것인가?
정봉숙: 오랜 시간 문학을 동경했고 여가 시간을 활용해 문학 창작과 번역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문학작품에 대한 직업적 감각과 예민한 촉각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적이고 작품에 대한 나름 대로의 판단과 리해가 있어서 쉽게 번역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씨네 사당》을 접했을 때 이 작품이 독창적이고 획기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곧바로 이 작품을 번역해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즐기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이 작품이 《연변문학》에 련재될 당시 아직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3분의 1을 읽고 바로 허련순 작가에게 련락했다.
기자: 정봉숙의 제안을 받고 번역 실력에 신심이 있었는가?
허련순: 일찍 정봉숙이 나의 단편소설 <천적>을 번역해 《민족문학》에 발표했었다. 그때 그의 번역감각이나 문학적 리해가 뛰여나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자면 정봉숙이 나의 작품을 번역하고 싶다고 할 때 사실 개인적으로 《춤추는 꼭두》를 추천했다. 제12기 준마상을 받은 작품이여서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나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창 련재중이던 《위씨네 사당》을 선택하는 것이였다. 당시 깜짝 놀랐다. 아직 사회적 인정을 받지 않은 작품을 선택하는 그 결단성에 지금 생각해보면 정봉숙의 선택이 상당히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적인 안목이 남달랐다.
기자: 번역 과정은 순탄했는가?
정봉숙: 정작 번역을 시작했을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 문제였고 그다음은 작품에 대한 깊은 리해와 파악이였다. 당시 연변작가협회의 당조 서기 직책을 맡고 있었고 업무가 매우 바빴다. 문학작품 번역은 조용한 공간에서의 련속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일 저녁시간과 휴식시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저녁 2000자를 목표로 정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차 번역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머리를 전환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렇게 번역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였고 여가시간은 전부 번역과 독서, 창작에 할애하게 되였다.
번역은 2차 창작이다. 번역과정에서 원작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중국어 표현 방식과 관습에 맞게 해야 했다. 이는 번역가의 책임감, 작품에 대한 깊은 리해 그리고 작가의 창작 의도와 감정, 표현 의도를 정확히 포착하는 데 달려있다. 때로는 한 문장, 한 단어, 한 대목에서 적절한 번역을 찾지 못해 불안과 초조함을 느꼈고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와 소통하며 창작 의도와 생각을 리해하려 노력했다. 결국 이를 통해 번역이 순조롭게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자연스럽고 정확한 번역을 완성할 수 있었다.
기자: 정봉숙만의 번역스타일의 특징이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봉숙: 번역 경력이 길지 않아서 향후 발전할 공간이 많다. 번역 3대 기본원칙인 ‘신, 달, 아’를 꼭 지키며 작품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간결한 표현과 정확한 용어 선택을 중시한다. 어려서부터 한어학습 생활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조선어 위주의 환경에서 자란 번역가보다 우세라고 생각된다.
허련순: 정봉숙의 작품은 번역소설이라기보다 한어 원문을 읽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번역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설의 스토리만 옮기는 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이나 정서까지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인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 톤, 그들의 사용하는 언어적 특징 하나하나에 섬세함을 부여했다. 번역문을 보면서 내숭 없이 솔직한 술회를 듣는 것처럼 솔깃해져서 많이 웃었다. 작품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들여다보는 령리함에 기가 막힐 정도로 놀랐다. 참으로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번역가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기자: 오래동안 행정업무를 주로 해왔는데 문학적 소양은 어떻게 길러왔는가?
정봉숙: 길림지역에서 나서 자라며 어릴 적부터 한어를 배웠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해서 다양한 작품을 읽었다. 동년의 거의 모든 시간을 독서에 바쳤다. 문학적 소양을 의도적으로 키우려던 것은 아니였지만 자연스럽게 독서습관이 생겼다. 레브 똘스또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 마르케스의 《백년고독》, 빅토르 위고의 《빠리 노뜨르담》,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등을 모두 그 시절에 완독했다. 이불 밑에서 손전지를 켜고 밤을 샐 정도로 지나치고 광적인 독서 습관은 대학입시에 고배를 마시게 했다.
사업에 참가한 후 줄곧 문학과는 인연이 없다가 9년 전 문학분야에 배치되면서 《중국 조선족 민속도》를 번역하게 되였고 점차 문학 창작과 번역의 길을 걷게 되였다. 젊은 시절의 독서가 문학에 대한 리해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되였기에 가능했다.
기자: 소설가 허련순과의 인연은 언제 시작되였는가?
정봉숙: 문학행정사업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연변작가협회에 배치받으면서 그것을 계기로 문학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였고 많은 작가들 특히 조선어 창작을 하는 작가들을 알게 되였다. 허련순은 다른 조선족 원로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매우 존경하는 소설가이다. 녀류작가로서 오랜 세월 동안 풍부한 독서와 문학 창작을 이어온 허련순은 민첩한 사고력과 삶에 대한 독특한 안목을 갖췄다. 그에게서는 자연스러운 문학의 향기가 풍겨져나와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며 70세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누구보다도 더 센스 있고 정력이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알기로 허련순은 매일 아침 규칙적인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며 수십년 동안 세계적 범위의 신간을 꾸준히 읽고 있어 세계 문학의 흐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추었다. 또한 국내 문학의 동향과 맥락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철학적 사고를 통해 삶과 문학을 리해하며 작품의 주제가 시대와 조화를 이루도록 발전시키고 있다. 허련순의 문학적 사고는 리성적이고 신선하다. 주제는 깊이가 있고 창작기술이 앞서 있어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직업적 소양을 지녔다고 생각된다.
기자: 민족 문학가들의 ‘문학 수출’을 위한 길은 무엇인가?
정봉숙: 현재는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는 것이 주된 방향이다. 소수민족문화는 중화문화의 구성요소이다. 민족 작가들의 ‘문학 수출’은 시대의 요구이자 지속적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원로 작가들의 조선어 작품은 적극적으로 한어, 나아가 외국어로 번역되여야 국내외로 뻗어나가 더 넓은 독자층에 다가갈 수 있다. 젊은 세대는 2중 언어로 창작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한어문 창작은 훨씬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민족문학의 생명력과 확산력을 더욱 힘있게 할 것이다.
허련순: 민족 문학가들의 ‘문학 수출’을 위한 관건은 역시 번역이다. 한강의 작품이 노벨상을 받은 결과도 이것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우리의 작품들도 외국어로 번역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중국어로 번역되여 중국 주류문학권에 들어가는 일도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 작가들에게는 번역문제외에도 조선족문학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조선족문학의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력사와 시대를 뛰여넘는 인간의 보편적인 실존을 다루는 데 우리 문학의 미래가 있지 않을가 생각한다.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이다. 문학은 인간 내부에 잠재해있는 본능적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참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리련화 기자


来源:延边日报

初审:南明花

复审:郑恩峰

终审:金星光

延边日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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