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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돌아온 금요일이다.
물론 프리랜서로 집에만 있는 나한테는 요일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내 주변 지인들이 출근족이 아직 많으므로 그들과 이야기라도 나누려면 요일을 무시할 수도 없다.
오늘도 금요일이다.
금요일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택배슈퍼에 가서 택배를 찾아오면서 파에 풋고추에 두부 한모를 사가지고 온 것이 사건의 단초였다. 괜히 인터넷쇼핑에 맛들여서 아직 집에 많이 남아있는데도 세척제를 아주 5킬로짜리 대짜로 두개를 주문한 것이 요추간판탈출로 흔들거리는 내 허리에는 약간 무리였다.
그래도 씩씩하게 7층까지 올라와서 짐을 부리우고 일단 음악부터 틀었다. 서영은이 부른 <혼자가 아닌 나>가 흘러나온다.
좋다!
젠장!
일단 파를 발라서 툭툭 잘라가지고 믹스에 돌려버렸다. 제법 잘 갈렸다.
옳거니!
이건 두부에 제격이렷다.
그리고 랭장고에서 아침에 꺼내서 자연해동을 시켜둔 삼겹살이 싱크대우에서 히죽거린다.
좋다!
젠장!
삼겹살은 적당히 기름 두르고 구워버렸다. 두부는 맹물에 넣고 숟가락으로 툭툭 잘라서는 그대로 끓였다. 마침 랭장고에 사천고추를 절인 통졸임이 있었다.
한숟가락 듬뿍 넣는다.
통후추를 갈아서 그것도 듬뿍 뿌린다.
벌렁벌렁!
지글지글!
뚝딱 완성!
혼자 불금과 함께 깊어가기 안성맞춤이다.
그대로는 넘어가줄 수 없지.
얼른 폰으로 찍어서 모멘트에 올렸다. 멘트를 대충 달았다.
ㅡ 금요일 저녁에도 술 한 잔 하지 않는 남자는 야심가가 아니면 음모가이다.
그리고 혼자서 느긋하게 소주를 마셔주었다.
기분이 아주 붕~ 이룡산과 향로산을 오락가락한다.
문득 모멘트가 생각나 열어보았다. 어쭈! 그새 모멘트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릴 줄이야.
그걸 잠간 정리해서 옮겨본다.
ㅡ 진리요!
이건 보나마나 나랑 비슷한 술체질인 후배의 인사말이다. 이 말을 남기고 키들키들 웃으며 자기도 혼자 맥주를 할 후배의 모습을 그려보는 내 표정도 즐거움 그 자체이다.
ㅡ 배고프네요.
아하, 지금 이 시각에도 출근족들은 아직 퇴근하지 않은 사람도 있구나. 미안한데 할 수 없지. 언제 기회 되면 찾아오라지.
ㅡ 술 안하는 남자는 그렇고 그럼 술 하는 남자는요?
센스가 넘치는 음식점 사장의 멘트다. 아마 그 말을 손님들한테 하면 이런 질문을 받을게 뻔해서 아예 그것까지 알아내려는 심사가 히죽거리고 있다.
ㅡ 술 하는 남자는 철학가 아니면 시인이요.
내가 말하고도 흡족해지는 멘트이다.
ㅡ 먹기 좋게 잘 구워졌소.
라고 말하는 아우는 언젠가 신문사에서 같이 근무하며 함께 그 동네 술을 꽤 축냈던 친구이다.
ㅡ 날래 달려와라. 아니지, 날아와라!
ㅡ ㅎㅎㅎ 기다려, 술 가지고 달려갈게.
언제나 술 사주기만 하는 형은 자기가 마실 술을 꼭 가지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내가 계산할라치면 세상이 박살나는 것처럼 여기는 형이다.
ㅡ 어서 오시오. 안그래도 낮부터 형 생각을 했댔소.
ㅡ 배갈해야지무. 그 안주엔 ㅋㅋ
라고 하는 형은 멀리 녕안에서 교편생활을 하는데 술이 한량이다.
ㅡ 그럼그럼. 딱 봐도 빼주 안주!
이때 갑자기 이색적인 댓글이 눈에 밟혀온다. 문학박사로 상해에서 근무하는 형이다.
ㅡ 난, 토요일에도 술 안 먹는디…
그렇다고 내가 할 말이 모자라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ㅡ 일반적으로 재상은 나라에 한 사람밖에 없으므로 여기서는 제외시키오.
클클 킬킬.
어라? 할빈형과 상해형은 친구네. 맞다. 아마 동창이랬지.
할빈형이 한 마디 던진다.
ㅡ 교수동무는 술 안하십니까?
ㅡ 장안에서 황제가 소인을 부르는 줄 알고, 택시를 잡고 있는 중이요.
ㅡ 요즘은 한영남시인이 <영 남>이가 아니고 할빈의 황제요.
ㅡ 크크. 술이 다 깰라, 이만 물러가겟나이다.
좋다!
젠장!
금요일 저녁은 이 정도는 돼야지.
이래서 이 멋에 술 마시고 숨 쉬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데 후에 올린 모멘트에 후배가 혼술이야기를 올렸다. 옛날 고향집에서 아버지가 반주술을 하시고 입 쓱 닦으며 어머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던 모습을 멘트로 적어가지고.
그 혼술이야기에서 작가는 혼술례찬을 제법 진지하게 풀고 있었다. 그런데 공감이 가는 것은 혼술일 경우 음악을 떠날 수 없다는 대목이였다.
내가 지금 한국예능프로 <사랑의 콜센터> 틀어놓고 두부찌개와 삼겹살 안주로 혼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쓴 글만치 공감이 간다.
그 말을 댓글로 남겨놓았다.
기다렸다는듯이 덧글이 달린다.
ㅡ 아 저도 봐야겠습니다. 이러면 시공간을 초월한 합술이지 혼술이 아닌거지여 ㅎㅎㅎ
그럼그럼 그렇구말구. 그리고 금요일에 마시니 금술이지!
친구의 아버지가 불상사를 당한 소식으로 이 한 주가 서글프기만 하더니 불금을 맞아 시원히 털어버려야지.
한국영화 <금홍아 금홍아>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리상시인이 백천온천을 떠날 때 울적해서 술을 마시며 이제 간다고 하니 금홍이가 술 한 잔 마시며 하는 그 명대사.
ㅡ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 데 왜 괜히 그래.
그렇다.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 있으며 우리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앞에 있다고 해서 앞으로 가지 않을 수도 없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죽을 때 죽더라도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씩씩하게 즐겁게 살아주어야 이 지구에 놀러온 보람이 있을 것이 아닌가.
금요일 밤이 깊어가고 있다.
창밖은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다들 불금을 즐기느라 그러는지 길에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술잔을 잠시 밀어놓고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
자, 이제 시작이다.
혼술은 가라!
금술만 흘러라!
한영남
언론출판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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