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문학세상] (수필) 금요일 저녁에

文摘   2024-11-22 05:58   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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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금요일 저녁에


한영남


어느새 돌아온 금요일이다.

물론 프리랜서로 집에만 있는 나한테는 요일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내 주변 지인들이 출근족이 아직 많으므로 그들과 이야기라도 나누려면 요일을 무시할 수도 없다.

오늘도 금요일이다.

금요일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택배슈퍼에 가서 택배를 찾아오면서 파에 풋고추에 두부 한모를 사가지고 온 것이 사건의 단초였다. 괜히 인터넷쇼핑에 맛들여서 아직 집에 많이 남아있는데도 세척제를 아주 5킬로짜리 대짜로 두개를 주문한 것이 요추간판탈출로 흔들거리는 내 허리에는 약간 무리였다.

그래도 씩씩하게 7층까지 올라와서 짐을 부리우고 일단 음악부터 틀었다. 서영은이 부른 <혼자가 아닌 나>가 흘러나온다.

좋다!

젠장!

일단 파를 발라서 툭툭 잘라가지고 믹스에 돌려버렸다. 제법 잘 갈렸다.

옳거니!

이건 두부에 제격이렷다.

그리고 랭장고에서 아침에 꺼내서 자연해동을 시켜둔 삼겹살이 싱크대우에서 히죽거린다.

좋다!

젠장!

삼겹살은 적당히 기름 두르고 구워버렸다. 두부는 맹물에 넣고 숟가락으로 툭툭 잘라서는 그대로 끓였다. 마침 랭장고에 사천고추를 절인 통졸임이 있었다.

한숟가락 듬뿍 넣는다.

통후추를 갈아서 그것도 듬뿍 뿌린다.

벌렁벌렁!

지글지글!

뚝딱 완성!

혼자 불금과 함께 깊어가기 안성맞춤이다.

그대로는 넘어가줄 수 없지.

얼른 폰으로 찍어서 모멘트에 올렸다. 멘트를 대충 달았다.

ㅡ 금요일 저녁에도 술 한 잔 하지 않는 남자는 야심가가 아니면 음모가이다.

그리고 혼자서 느긋하게 소주를 마셔주었다.

기분이 아주 붕~ 이룡산과 향로산을 오락가락한다.

문득 모멘트가 생각나 열어보았다. 어쭈! 그새 모멘트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릴 줄이야.

그걸 잠간 정리해서 옮겨본다.

ㅡ 진리요!

이건 보나마나 나랑 비슷한 술체질인 후배의 인사말이다. 이 말을 남기고 키들키들 웃으며 자기도 혼자 맥주를 할 후배의 모습을 그려보는 내 표정도 즐거움 그 자체이다.

ㅡ 배고프네요.

아하, 지금 이 시각에도 출근족들은 아직 퇴근하지 않은 사람도 있구나. 미안한데 할 수 없지. 언제 기회 되면 찾아오라지.

ㅡ 술 안하는 남자는 그렇고 그럼 술 하는 남자는요?

센스가 넘치는 음식점 사장의 멘트다. 아마 그 말을 손님들한테 하면 이런 질문을 받을게 뻔해서 아예 그것까지 알아내려는 심사가 히죽거리고 있다.

ㅡ 술 하는 남자는 철학가 아니면 시인이요.

내가 말하고도 흡족해지는 멘트이다.

ㅡ 먹기 좋게 잘 구워졌소.

라고 말하는 아우는 언젠가 신문사에서 같이 근무하며 함께 그 동네 술을 꽤 축냈던 친구이다.

ㅡ 날래 달려와라. 아니지, 날아와라!

ㅡ ㅎㅎㅎ 기다려, 술 가지고 달려갈게.

언제나 술 사주기만 하는 형은 자기가 마실 술을 꼭 가지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내가 계산할라치면 세상이 박살나는 것처럼 여기는 형이다.

ㅡ 어서 오시오. 안그래도 낮부터 형 생각을 했댔소.

ㅡ 배갈해야지무. 그 안주엔 ㅋㅋ

라고 하는 형은 멀리 녕안에서 교편생활을 하는데 술이 한량이다.

ㅡ 그럼그럼. 딱 봐도 빼주 안주!

이때 갑자기 이색적인 댓글이 눈에 밟혀온다. 문학박사로 상해에서 근무하는 형이다.

ㅡ 난, 토요일에도 술 안 먹는디…

그렇다고 내가 할 말이 모자라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ㅡ 일반적으로 재상은 나라에 한 사람밖에 없으므로 여기서는 제외시키오.

클클 킬킬.

어라? 할빈형과 상해형은 친구네. 맞다. 아마 동창이랬지.

할빈형이 한 마디 던진다.

ㅡ 교수동무는 술 안하십니까?

ㅡ 장안에서 황제가 소인을 부르는 줄 알고, 택시를 잡고 있는 중이요.

ㅡ 요즘은 한영남시인이 <영 남>이가 아니고 할빈의 황제요.

ㅡ 크크. 술이 다 깰라, 이만 물러가겟나이다.

좋다!

젠장!

금요일 저녁은 이 정도는 돼야지.

이래서 이 멋에 술 마시고 숨 쉬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데 후에 올린 모멘트에 후배가 혼술이야기를 올렸다. 옛날 고향집에서 아버지가 반주술을 하시고 입 쓱 닦으며 어머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던 모습을 멘트로 적어가지고.

그 혼술이야기에서 작가는 혼술례찬을 제법 진지하게 풀고 있었다. 그런데 공감이 가는 것은 혼술일 경우 음악을 떠날 수 없다는 대목이였다.

내가 지금 한국예능프로 <사랑의 콜센터> 틀어놓고 두부찌개와 삼겹살 안주로 혼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쓴 글만치 공감이 간다.

그 말을 댓글로 남겨놓았다.

기다렸다는듯이 덧글이 달린다.

ㅡ 아 저도 봐야겠습니다. 이러면 시공간을 초월한 합술이지 혼술이 아닌거지여 ㅎㅎㅎ

그럼그럼 그렇구말구. 그리고 금요일에 마시니 금술이지!

친구의 아버지가 불상사를 당한 소식으로 이 한 주가 서글프기만 하더니 불금을 맞아 시원히 털어버려야지.

한국영화 <금홍아 금홍아>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리상시인이 백천온천을 떠날 때 울적해서 술을 마시며 이제 간다고 하니 금홍이가 술 한 잔 마시며 하는 그 명대사.

ㅡ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 데 왜 괜히 그래.

그렇다.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 있으며 우리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앞에 있다고 해서 앞으로 가지 않을 수도 없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죽을 때 죽더라도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씩씩하게 즐겁게 살아주어야 이 지구에 놀러온 보람이 있을 것이 아닌가.

금요일 밤이 깊어가고 있다.

창밖은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다들 불금을 즐기느라 그러는지 길에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술잔을 잠시 밀어놓고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

자, 이제 시작이다.

혼술은 가라!

금술만 흘러라!


 한영남

언론출판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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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혜정이 (박병대)

[세계속의 우리,우리들의 삶] 

응모글(1) 매놓고 봐야지 (주덕진)

응모글(2) 솜사탕이 불러 온 추억글 (한영규)
응모글(3) 나의 60년 방송인생 (김선녀)
응모글(4) 봄은 내 가슴에서 울렁울렁 (석춘화)

응모글(5) 사쿠라 꽃잎이 날릴 때 (최금화)

응모글(6) 평범하지 않는 7년전의 어제와 오늘 글 (김성옥)
응모글(7) 나를 다시 찾아서 (장련춘)
응모글(8) 형수가 없는 청명 산소 길 (성송권)
응모글(9) 여보 사랑하오 (리기준)
응모글(10) 랍매, 그녀를 만나다(김향양)
응모글(11) 점점 좋아지고 있다 (황해금)
응모글(12) 어버이날에 올리는 편지 (마성산)
응모글(13) 삼태기를 쓴 아이 (엄호현)
응모글(14) 언니 뛰여! (김점순)
응모글(15) 우리 말? 일본 말? 그리고 그 후...(김복설)
응모글(16) 이국땅에 묻고 돌아온 한 (강매화)
응모글(17) 나는 고생을 사서 한다 (문정)
응모글(18) 나의 인생 좌우명 (최영철)
응모글(19) 엄마의 저금통장 (송련분)

⭕ (수기) 드리지 못한 꽃송이 (태승호)
⭕ (단편) 민정조리 황서방 (박일)
⭕ (수필) 부애여산/부모의 애정 (장문철)
⭕ [삶] 이모와의 상봉이야기 (강순화)

⭕ [김혁 칼럼] 옷소매 푸른 끝동 - 옷 잘 입는 선비
⭕ (수필) 하이힐로 가꾸어가는 나의 삶 (류서연)
⭕ (수필) 낡은 편지/정원에는 봄이 출렁이는데 (김성철)

 (수필)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김성옥)
 (독후감) 옥탑방 서재에서 령혼의 갈피를 더듬다-<옥탑방,책 읽어주는 남자>를 읽고 (한문철)
 갑진년 룡해, 화룡과 룡정에서 '룡'을 보다 (리광인)

고 정세봉 작가 추모특집
[다시 읽는 정세봉] (단편) 고골리 숭배자
[다시 읽는 정세봉] (단편) 빨간 크레용태양
(추모글) 고집스러운 괴짜 소설가 (손룡호)
(추모글) "레르몬또브 정세봉" (김훈)

 [영상기록] 작가 정세봉, 인생과 문학을 말하다 (손룡호)
 [고 정세봉 추모시]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훗날 (리문호)

⭕ (단편) 몽(梦) (김정권)
⭕ (단편) 무료할 때 우리가 하는 일들 (박초란)
⭕ [김혁 만필] 잠꾸러기들의 서재

[문학닷컴] 림운호 시 (16) 청명 (清明)
[삶] (등산기) 봄눈이 내린 누에꼬치골 (성송권)
[문학닷컴] 림운호 시 (15) <장미야, 피여라 (외 3수)

고 현춘산 작가 추모특집
[고 현춘산 추모글] 꼭 그렇게 가셔야만(남옥란)/부고를 듣고(박정화)/현작가님(리춘련)/령혼은 마음속에(최옥자)
[고 현춘산 추모시] 선생님 선생님(리해란)/형님(고석)/빛뿌리며 사소서(김동휘)
[작가 현춘산선생 별세] 작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김훈)


 [삶] (수필) 핑크색 점 하나로 (오경희)
⭕ [김혁 칼럼] 오스카, 핵폭발 그리고 인물전기

⭕ [문학닷컴] (미니소설) 분리대 (김정권)

⭕ [좋은 글] "인생,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


고 류은종 교수 추모특집

[사람은 가고 시는 남고] 류은종교수 가사 15수

[류은종교수를 보내며] 3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리광인)


[추모글] 류은종교수의 제자와 후배 사랑 (렴광호)

[추모시조] 류은종 교수를 곡하노라 (김호웅)


[추모시] 류은종교수의 서거를 곡하노라 (김병민)

[류은종 교수 별세] 추도사: 류은종 교수님을 추모하여 (연변대학교 외국어학원)


⭕ [삶] (수필) "엄마, 날 버리지 않아서 고마워" (정련화)
 [김혁 단상] 소설가와 우물
⭕ [삶] (수필) 화분을 키우면서 (최진옥)

 [리강철 칼럼] 운을 잡는 습관을 어떻게 양성하는가
 [정신철 칼럼] 우리말, 우리글 전승의 또 하나의 길

⭕ [김광림 칼럼] 죽음에 대한 단상


⭕ [삶] (수기) 어머님의 휘파람소리 (성송권)

 전은주 시집 『빈집에서 겨울나기』 출간

 [김혁《옥탑방, 책 읽어주는 남자》출간기념회] (소감문) 나의 독서 년대기


 [삶] (산행수기) 부르하통하 얼음폭포를 찾아서 (성송권)
 [삶] (수필) 아버지의 리력서 (남태일)
 [삶] 누워계신 시어머니 수발 30년 든 며느리의 '딸 노릇'(홍계옥 구술)

 (수필) <4해>박멸에 총동원되다 (허룡석)
⭕ [김혁 만필] 오자와 세이지,지휘봉을 내려 놓다

[삶] 섣달 그믐날 (한영규)
[삶] 설명절의 감회 (김삼철)

 [김혁 력사만필] 1945년 후꾸오까, 시인의 죽음
⭕ [박장길 시] (30) 새해를 벽에 걸고 (외4수)

 [삶] '7자나무'와 어머니 (김삼철)
 (미니소설) 옥상에서 (김혁)
⭕ [삶] 누님의 기구한 인생 (성송권)

 [삶] 한국에서 15년째 맞는 설날 아침 (신석운)
 [삶] (오늘도 설레인다) 85세 고령에도 글쓰는 즐거움 (김삼철)

 [문학닷컴] '궁금이' 작가 팬들의 모임
 [삶] 나는 이런 사람이였다 (김춘월)

 [연변단풍수필회] 제5기 회장에 김창석 작가 선임
 [珍藏版] (시화전) 조선족대표시인 15인 30수
 [연변단풍수필회] 단풍이여, 활활 타오르라! -  25돐 기념행사 성황리에

 [珍藏版] 김학송 시집 《연변, 그 무궁한 아름다움》
김혁 독서칼럼집《옥탑방, 책 읽어주는 남자》 상,하권 출간
 [문학닷컴] 여기가 소수민족문학의 요람인가? (허룡석)

 [김혁 독서만필] "늙은 녀류작가"의 방
⭕ [문학사랑 꽃동네] 문학밭에 피여난 꽃송이들~
 [삶의 시] 80고개에 돌아보니 - 고향이란 무엇이길래 (김삼철)

[문학닷컴] (수필) 압록강반의 하얀 옷자락 (김동진)
[珍藏版] 강효삼 자서전《우리글과 나의 삶》
[삶] (수필) 떡치는 녀자 (정호원)

(미니소설) 입덧 (박일)
(단편) 작가지망생 (허룡석)
[김혁 미니소설] 세한도(岁寒图)

(수기) 올랴할머니 (리삼민)
강매화 시  <외할매 쌈지>
[삶] 나는 행운아 (김영란)

[삶] 콩길금 (허향순)
[삶] 바꿔본 역 (아화)
[삶] 훈장에 아로새겨진 아버지의 공훈 (최순희)

[김혁 만필] 책 냄새
[삶] 설날이 오면 (허미란)
[삶] (수기) 엄마는 천사 (최순희)

[삶] (수기) 뒤늦은 사과 (최희애)
(실화) 첫 출국길에서 당한 봉변 (허룡석)
[새해단상] 나는 항상 그 자리에... (김설송)

[삶]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홍매)
[삶] (수필) 늘그막 재혼 (리순자)
[방홍국 시] <똘이야 몽이야>(외2수)


2025 세계조선족문화대축제 행사 및 협찬에 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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