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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년의 삶과 길
태명숙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가끔씩 실감한다. 살맛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 재미를 알 것 같아 느껴 볼만하니 어느새 로년이란 문턱만 달랑 남겨놓고 살며시 가버린 세월이다. 한 쪼각 두 쪼각 퍼즐같은 삶을 어떻게 맞출가, 걱정하다가 다 완성되여 가는데 이곳저곳 몸이 말썽이다.
한 마디로 우리 로년의 삶을 긴 마라톤 경기에 비긴다면 멀지 않은 앞에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다리맥이 풀리면서 등수를 놓치고마는 안타까운 경우와도 흡사하다. 전반생의 고생끝에 후반생엔 락을누려야 되는데 말이다. 세월은 한 해 두 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경고를 했지만 늘 바쁘게 사느라 인지를 못했으니 애매한 세월 탓 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30대 초반에 나는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르듯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였다. 두 자식을 위해 혼자 몸으로 백화점에서 옷가게를 하고 결국에는 사이판을 거쳐 한국까지와 못해본 일이 별로 없다. 몸을 혹사시키면서 돈을 버는데만 급급했으니 강철인들 당해낼 수 있었을가, 좀 일찍 깨달았다면 더 건강한 삶을 살았을 텐데 후회막급이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2년 전 나는 허리디스크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척추뼈사이에 위치한 추간판 파렬로 허리와 다리쪽 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질환인데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왔다. 신경외과 원장님이 전날까지 일을 했다고하니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통증이 너무심해 울면서 일을 했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아들딸에게 수술 날자를 알리자 "엄마, 언제부터 그렇게 허리가 아팠어?" 라고 한다. 아픈티를 내지않고 조심조심 일을 했으니 모를만도 했다. 다행히 수술을 받자마자 통증이 사라졌고 한 주일만에 퇴원했었는데 지금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현명하다는 옛 어른들 얘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나는 괜찮겠지, 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버티다가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되였으니 이제와서 뼈저린 후회를 해도 소용없게 되였다. 아프고 병나면 그 때 번돈이 곱절로 병원에 들어가고 호미로 막을걸 가래로 막는다는 그 도리를 이제야 터득이가고 실감하니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퍼 담을 수 없는 일로 되였다.
요즘에 건강 프로를 봐도 나한테 하는 얘기처럼 들린다. 어느덧 건강이란 단어가 맘에 와 닿아 로년의 길목에서 서성대는 나이가 되여 버렸다.
옛적에는 인생 칠십이면 고래희라고 했다. 칠십이면 어르신 취급으로 고방을 지키는 그런 단명시대도 있었다. 사회가 발전할 수록 인간의 수명도 길어져 우리는 지금 백세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구순이든 백순이든 맨날 골골거리면서 병원신세로 산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가, 즉 량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되는 것 같다.
요즘 세계인의 평균 수명이 남성은 79세 여성은 83세라고 하는데 이것도 멀지 않은 옛 얘기거리로 되면서 곧 갱신 될 것이다.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적 변화가 늘면서 우리 주변에는 90세가 훨씬 넘은 고령에도 삶에대한 놀라운 열정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건강한 신체와 열정이 있으면 마음이 늙지 않고 마음이 늙지 않으면 그에 따른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로년에도 운동으로 몸을 다지고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긴다면 장수는 떼여 놓은 당상이라 생각된다.
산이 좋으면 산으로가고 바다가 좋으면 바다로가면서 책이 좋으면 책을 읽고 글이 좋으면 글을쓰면서 각자 취향에 열중하는 삶이 즐거운 인생 아니겠는가.
계절이 바뀌고 또 오고 이렇게 반복되는 세월따라 우리는 차츰씩 늙어간다. 그 과정에서 힘들때도 있었고 울고 싶을때도 있었으며 또 웃고 싶을때도 있었다. 희로애락이 동반된 인생에서 그렇게 빨리뛰지 않아도 될 일들, 또 그렇게 가슴을 졸이면서 살지 않아도 될 기억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힘들게 일할때는 피곤이 너무 쌓여 눕기만해도 숙면을 취했지만 한가한 요즘엔 수면제로 잠을 청하고 있으니 그래도 힘들었지만 열심히 뛰여다니던 그 때가 제일 좋은시절이 아니였을가, 뒤돌아 본다.
힘들고 궁핍할때가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 때의 고생과 눈물이 오늘의 편안함이 되였고 그 때의 열정과 노력이 오늘의 넉넉함이 되였음을 되새겨 본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두 어깨가 무겁고 움켜쥔 두 손이 아프기만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넘치는 물건을 정리하듯 하나하나씩 내려놓는 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젊었을때 챙기지 못했던 내 건강에 녹이쓴 기계에다 기름을 쳐서 살~살 잘 돌게하는 재생의 리치로 간주하면서 내 몸에 미안하지 않게 최소한의 대우와 례우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초년의 길을 물덤벙 술덤벙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걸어 왔듯이 중년의 길도 휘청휘청 가정을 위해 가파른 층계를 톺으며 걸어 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야할 로년의 길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가,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겪으면서 성숙은 되였지만 늙어가는 길만은 초행길이 아닐 수 없다. 익숙치 못한 이 초행길이 살짝 두렵기도 하다.
어제일도 깜박깜박 날마다 쓰던 핸드폰도 랭장고에 넣은채 찾아헤매는 헤프닝도 있을 수 있고 그 어떤 불안감에 멍을때리면서 가슴이 시리도록 외로울때도, 가슴을 도려내도록 아플때도 있을 것이다. 또 예측치 못했던 상상외의 병마가 친구로 될 수도 있고 또 그로 인해 지팡이가 절실할때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지나갈 법도하지만 내가 꼭 피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한 번 쯤은 꼭 가야할 로년의 삶과 길이다. 우리앞에 놓여있는 이런 과정을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것에 대처할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저 멀리 구름사이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석양은 가슴이 미여지도록 아름답다. 일몰도 일출 못지 않게 눈이 부시게 황홀하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마음속에 짧은 앞날이 아쉬움으로 물들기 때문이고 로년이 황홀한 것은 우리가 살아온 추억이 아름답게 익어가는 것이 아닐가.?
전반생의 삶이 보기 좋게 익어가면서 후반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면 그 어떤 위기가 닥치고 가시밭길을 걷는다해도 우리가 가야할 로년의 삶과 그 길은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이다.
2023년《로년세계》제9호
태명숙
자유기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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