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뉴질랜드 운전면허증 취득하기 (남철우)

文摘   2024-10-12 07:41   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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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운전면허증 취득하기

남철우

1997년 11월 중순, 북반구의 동북아 지역은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이와 반대로 무더운 여름 시즌이 도래하였다. 여름철 우기가 시작되면서 하늘이 때로는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게 맑은 날씨를 보이다 가도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렸다가 빠르게 그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이 때문에 길 가다가 비를 피할 적절한 장소가 없다면 금세 비에 흠뻑 젖어 버리게 된다. 나는 금방 입국하였을 때에 이러한 날씨 변화를 미처 파악하지 못해 밖에서 길을 걷던 중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옷이 다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날씨에 예민하게 신경 쓰게 되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대륙성 온대 지역에서 살아 온 우리는 처음으로 접하는 아열대 해양성 기후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뉴질랜드는 세계 선진국 중 하나이지만, 대중교통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편이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는 면적이 넓게 분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 없고 버스 노선 또한 한정적이며 운행 빈도도 낮아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용을 필수적인 교통 수단으로 사용한다. 특히 쇼핑몰에 가면 학교 운동장만큼 넓은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찰 만큼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쇼핑하러 자주 다니는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몸을 휘청거리며 힘겹게 자가용에 오르내리는 모습도 흔하게 목격된다.

도보로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가용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할지 쉽게 짐작이 간다. 이처럼 뉴질랜드에서 자가용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이동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만약 차량이 없다면 생활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뉴질랜드에 입국하여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갔다. 자주 어딘가로 업무를 보러 가려면 자가용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먼저 자동차 운전 면허증 취득부터 해야만 했다. 특히 정비공으로서 자동차 운전 면허증은 필수적이었기에 나는 운전면허를 빨리 취득하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된 뉴질랜드 교통법규 시험 문제집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시험준비를 했다. 그러나 영어가 서툰 나로서는 시험을 응시하는 것 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리하여 여러 곳에 문의한 결과 자동차 운전학원의 한국어 통역 담당자를 알게 되어 도움을 요청했다. 

이튿날 같이 운전면허 시험장에 방문해서 필기 시험 접수 후 바로 응시하였다. 시험 규정에 따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국어 통역사를 고용할 수 있었다. 운전 면허 시험관은 여러 장의 시험 문제지를 무작위로 나열한 뒤 그 중에서 하나를 직접 고르라고 하여 나는 순전히 운에 맡긴 채 문제지 더미에서 제비 뽑듯이 한 장을 선택하여 뽑았다. 시험관이 시험을 감독하고, 통역관이 곁에서 시험 문제들을 번역해주었다. 시험은 객관식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교통법규, 도로 표지판, 운전 관련 기본 지식 등에 관한 문제들이 출제됐다. 천만다행으로 학습했던 내용들이 다수 출제되어 당당하게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필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로 합격되어 그 자리에서 종이 형태로 된 학습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학습 면허증이 있으면 정식 운전 면허증이 있는 사람과 함께 동승한 상태에서 도로 주행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실기운전시험은 본인이 원하는 날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하여 나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응시하기 위해 다음 주 수요일로 예약하고 접수시켰다.

실기 시험에 응시할 당시 본인 소유의 차량을 직접 준비해야 했지만, 자가용이 없었던 나는 차량 대여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국에서 유학 온 한 학생이 우리 자동차 정비공장에 차량 점검 받으러 왔다가 나의 상황을 알게 되어 자신의 차를 흔쾌히 빌려주겠다고 했다. 

시험 당일, 그 분의 아낌없는 도움 덕분에 상태가 좋고 깨끗한 차량을 운전하여 기분 좋게 시험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시험장에 도착하여 등록 절차를 마친 후, 정식 도로 주행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수염이 덥수룩하고 근엄한 인상의 경찰 제복을 입은 서양인 시험관이 먼저 차량의 전조등, 방향 지시 등 및 브레이크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만약 어떤 등이든 켜지지 않는다면 시험 테스트는 중단되고 나중에 재신청 후 다시 시험을 봐야 했다. 나는 이미 전에 차량 점검을 잘 하였기에 상태가 아주 좋았다. 모든 등이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시험관은 조수석에 앉으며 통역관에게는 뒷좌석에 탑승하도록 하고 나에게는 도로 주행 시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며 운전하라고 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험관의 지시에 따라 정신을 집중하여 운전했다. 차량 운행 중에는 교통법규 준수, 신호체계 대응, 고속도로 운전 등의 항목에 대하여 평가받았다. 시험관은 시험 능력표를 들고 볼펜으로 각 항목마다 점수를 매겼다. 나는 평소대로 침착하게 운전에 집중했기에 어렵지 않
게 합격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운전 테스트가 완료된 후, 시험장 사무실로 돌아와서 시험관은 "중국에서 자동차 운전 경력이 얼마나 되는가?" 라고 질문하였다. 운전 경험이 없다고 하면 불합격될까 걱정되어서 "여러 해 동안 운전을 해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에 시험관은 "운전 경험이 아예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중국에서 운전한 경험이 있다면 뉴질랜드의 좌측통행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습관을 개선하려면 더 많은 훈련이 요구되며 이번에는 통과하기 어렵고 더 연습한 다음 다시 응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시험 점수가 합격 기준을 넘었는데 왜 재시험을 봐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결국 시험관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2차 시험에서는 고속도로 주행 운전 완료 후 엄격한 시험관은 급경사의 산길을 후진으로 올랐다가 내려오는 과정까지 수행하도록 하였다. 그 다음에는 일반 도로 위를 일정 시간 동안 운전하다 멈추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난데없이 "조금 전 지나온 500메터 구간에 있던 표지판들의 종류와 개수는 무엇이었고, 그 구간을 지나간 차량과 보행자의 수는 각각 얼마였는가?"라고 물었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운전 중에는 주로 도로 상황에만 주의를 기울이며 어떤 구간의 도로 표지판이나 통행하는 차량 및 보행자의 수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최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다행히도 시험관은 "내 답변이 정확하며 시험에 합격했다며 축하한다" 고 하였다. 그렇게 모든 시험 절차가 끝난 후 시험장 사무실에 돌아가 서명을 하고 즉석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면허증을 두 손으로 받아 든 순간, 기쁨에 겨워 "만세!" 라고 높이 외치고 싶을 만큼 감격스러웠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넘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면서 "드디어 해냈 어, 이게 바로 내가 열심히 쏟아부어 노력한 결실이야, 지금 이 시각부터 자유롭게 자동차를 운전하며 어
디든 갈 수 있어"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쳤다.

영어가 서툰 낯선 해외, 그것도 남반구의 영어권 국가인 뉴질랜드 라는 외국에서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거대한 장벽을 넘은 듯한 성취감에 가슴이 뿌듯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부여안고 내일이라도 당장 자가용을 마련해 오클랜드의 거리를 누비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즐겁게 드라이브할 생각에 설렘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2024년 10월 5일

남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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