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바로 북쪽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남북 연결 도로·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지 엿새 만이다.한국 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작업이라는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해 MDL 남측 지역을 향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북한이 평양 상공을 남측 무인기가 침범했다며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남북 연결도로 폭파까지 감행하고 나서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군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조선이 이번엔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도 폭파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한국 합참에 따르면 조선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양쪽에 각각 1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폭파 작업을 했다.조선 인민군은 도로 남쪽으로 6m 높이의 가림막을 치고 군사분계선 북쪽 10∼70m 지점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파괴하기 위한 폭파 작업을 실시했으며, 폭파에 의한 파편이 수십m 높이까지 치솟았다.
한국군은 예상보다 폭발 규모가 작긴 했지만, "자위권 차원에서 총을 꺼냈고, 그에 앞서 행동을 중단하라는 경고 방송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국군은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로 경의선과 동해선 부근에서 각 수십 발 대응 사격 발사에 나섰다.
사격은 MDL에서 남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표적지를 사전 설정해서 진행했다. 한국 군 관계자는 "탄의 도비(튕겨 나옴)나 소리가 어디까지 들릴지 등을 계산해서 위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한미 공조 하에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조선은 끊어진 남북연결도로에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한국 합참의 한 관계자는 "오늘 아스팔트를 날린 지점에 우선 남북 간 차단을 나타내는 콘크리트 방벽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은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 10여곳에서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방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앞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조선은 같은 날 유엔군사령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관련)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조선 매체…경의·동해선 도로 '폭파쇼' 보도 안해
조선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한 사실을 대내외에 전혀 알리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조선 주민이 보는 대내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지면에 두 도로 를 폭파한 소식을 싣지 않았다.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오전 7시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도 전날 밤 정규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조선이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는 조선중앙통신이 당일, 노동신문이 익일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