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송 시집 <가을의 눈>] 제9부 봇나무의 눈

文摘   2024-10-01 06:16   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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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인민출판사 2024

제9부 봇나무의 눈


하란산의 암화


돌 속에 마을이 있다

돌 속에서 말 소리가 흘러나온다

1만 7천년전의 사람들이

돌 속에서 걸어나온다


돌궐족, 선비족, 몽고족의 그림자가

겹쳐져 어른거린다

돌에 남아있는 선사시대의 발자국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다

오래된 이야기가 눈을 뜬다


돌 속의 사람들은 살아있지만

돌 밖의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돌 속에 제 이름 집어넣고

석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나보다



진리


텅 비였다는 것은 아름다운 노래가 울린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도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는

이 고통이 저 고통을 누르기 때문이다

쾌락을 누린다는 것은 즐겁게 무너지는 것이고

매일 산다는 것은 매일 아름답게 죽어가는 것이다



장군총


돌무덤 속에 천년 세월이 숨어있다

돌무덤 속에 아쉬운 이야기가 잠을 잔다


돌무덤이 열린다

돌무덤이 깨여난다


오가는 유람객의 발걸음에

놀란 돌무덤이 수탉처럼 홰치며 일어선다



집안의 하늘


그곳의 하늘은 푸르기만 한게 아니더라

개인듯 흐릿한 천공에서 가끔

비물인지 눈물인지 쏟아지더라



그곳의 하늘은 높기만 한게 아니더라

높은듯 낮다란 구름이

오래된 이야기를 풀어내더라


그곳의 하늘은 열려만 있는게 아니더라

열린듯 닫긴 시공의 틈새를

려행하는 나그네 지친 눈빛으로

흔들리는 하늘에 불을 켜더라



호태왕비


흥망성쇠 긴 사연

바위돌에 새겨놓고

혼백은 아니 죽고

푸르싱싱 살아있네


속마음 드러내는

저 하얀 풀꽃 속에

석양노을 그날처럼

시를 짓는 바람 속에



고분의 돌


별처럼 많은 돌무덤에서

돌의 의미를 배운다

돌의 또 다른 얼굴을 본다


돌의 잔등에 새겨진 이름을

해살 아래 흔드니

파르르 살아난다


말 못하는 돌이지만 인간을 대신해

오래된 말씀을 먼 후세에 전한다



장군총의 풀벌레


찌르르— 찌르르--


우주와 교신하며 

수억 광년 저 너머로

마음을 풀어 옛 꿈을 날리다


번뜩이다 사라진 옛 마을의 고담을

별빛에 담아 미래의 한끝에 부치다



평두산 학교


높은 산정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학교가 있다


학생 1명 

교사는 3명

앵두처럼 작은 학교지만

철 맞춰 꽃을 피우고

고운 열매 토해낸다


작은 나무에

큰 꿈이 걸렸으니


뗑- 뗑- 울리는 저 종소리가

왜 이토록 눈물겨운지 나는 모르겠다



영탄곡


별을 잡으려던 손에

구름 한조각이 쥐여있소


해를 쫓던 발걸음이

거미줄에 걸려 허우적이오


청춘의 모닥불이 춤 추던 자리에

즐겁던 흔적만 재더미로 남았소


여름이 옷 벗고 노래하던 나룻터에

길 잃은 족배 하나 서녘 하늘 바라보오



숲과 호랑이


1

구름은 고향이 없어 평생 떠돌기만 한다

숲을 떠난 호랑이는 이빨마저 빠져 버려

황혼의 치맛자락 부여잡고 운다


숲을 떠난 호랑이는 고양이보다 못 하다는

바람의 귓속말에 펄쩍 제 정신이 들었지만

슬프게도 호랑이는 숲으로 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2

가을이 길 잃고 사운대는 날

숲을 등진 호랑이는 안개 속에서

환락의 개여울을 건느고 있었다

청복으로 부푼 구름방석에 앉아

싱거운 시간을 새김질하고 있었다


달님의 거울에 핏기 없는 얼굴이 비치니

뿌리 없는 눈물로 고달픈 흔적을 지우려 하지만

언녕 빠져버린 이빨 사이로

허구픈 웃음만 실실 새여나온다



서부 풍경


1

하늘의 마을에는 누가 사는지

피리소리 통곡소리 구성지다


하늘의 마을에도 바람이 부는지

별빛 타고 눈물 향기 풍겨온다


하늘의 마을에 언제쯤 가볼가?

그리는 마음 끝에 해가 저문다


2

지상계와 천상계가 엇바뀌며 돌아가니

꿈인지 생시인지 바이 알길 모를레라


강산이 짓는 노래 노을보다 아름다와

나그네는 시에 젖어 꿈속에 머문다



가을이


가을이 눈을 껌뻑이며 하늘에 불을 켠다

가을이 달구지에 앉아 산향길 달린다

가을이 현자의 엽서를 읽으며 고개를 수그린다

가을이 논밭에 들어가 그루터기에 남은 땀의 무게를 헤아린다

가을이 지친 허리를 펴며 텅 빈 벌판에 잠자리를 편다

가을이 가을을 덮으며 겨울을 향해 걸어간다



가을의 눈


1

미지의 새들이 깃을 펴니

낟알의 꿈이 떨어진다


갈데 없은 언어들은

바람의 수첩에 멈춰서고


길 잃은 낙엽의 호주머니 속엔

쭉정이들이 모여앉아 풍금을 친다


2

뜨락에서 서성이던 8월이

9월의 문지방 넘어선다

팔팔한 팔월이 물러가니

구슬픈 구월이 문을 연다


 3

하늘이 맑은 노래

부르며 웃는다


여치의 잔등에  올라탄 햇살은

이삭과 이삭사이 건너뛰며 분주하다


봄 여름 내내 좋이 흘린 땀들이

오손도손 모여 강을 이룬 계절


돌들이 들려주는 옛말에는

꿈내음이 감돌아 맛 있고

낙엽이 흘리는 눈물도

술향기 감돌아 눈부시다



칼의 눈물


미쳐난 철이 웃는 곳에

거룩한 슬픔이 망을 본다

너의 서슬 푸른 바다에는 항상

절망의 파도가 울부짖었다


너는 약자의 피를 먹고 살찌었고

너는 사악한 자의 이빨이 되어

지구를 찢어 먹으며 킬킬 웃었다


영민한 후손들이여

무덤보다 더 깊은 생지옥에

칼을 처넣고 눈을 뜨라

먼 별 바라보며 긴 노래 불러라


마침내 고개 숙인 칼의 눈물이 

참회의 강이 되여 흘러간다



고향에서


새들도 날다가 고개 돌리고

누구라도 올듯한 먼 곳의 소리에 귀를 닦는다


구름똥에 맞아 나무숲이 무너지니

눈 앞이 아물하고 아무것도 아니 보인다


모두 어디로 갔을가?


다시 날이 흐려지고

무거운 생각 위에 안개가 내린다 



폭설


하늘의 이빨이

비닐하우스를 자꾸만 물어 뜯다


농가도 축사도

빠알간 눈물 흘리다


죽은 언어의 비늘들이

오래된 번뇌 위에

아리숭한 꿈이 되어 내려 쌓이다



도시 절벽


구름이 갑자기 뒤걸음 친다

산들이 갑자기 몸을 일으킨다

강물이 갑자기 눈을 감는다


낙엽우에 그려진 암호는 

풀리지도 않은 채 나그네의 발치에

구져진 지페처럼 누워있다


늦게 핀 들국화는 장수비결 두런거리며

무너지는 몸을 추스린다


귀뚜라미는 도시절벽에 부딪쳐

으악—풋잠을 털고 깨여나

머리 풀어헤친 북풍을 따라

먼 추억 씹으며 길을 떠난다



나의 앨범


삐약삐약 햇병아리 노래하는 밭머리에

나의 유년이 잠자고 있다


구겨진 밭이랑, 붉은 노을의 손등에 앉아

나의 청춘이 울고 있다


쭈그렁 낙엽의 발등에 기대어

나의 마지막 길이 흔들리고 있다



첫 동네


이팝꽃 그늘 아래

노곤한 황혼이 어슬렁거리면

저녁 연기 모락모락

기지개 켜며 일어서고


이맘 때면 조무래기들은

반디불 초롱 들고

별을 찾아 달려가고


구락부 찾아간 삼돌이도 꽃분이도

가슴이 벌렁벌렁 온 마을에 미소꽃이

환장하게 만발했었지



허공


5억년 후에 다시 태여나기오

5억년 후에 다시 만나기오

하나님의 회갑날 다시 만나기오

바다가 육지로 되는 날 다시 만나기오

못 다 꾼 꿈 다시 꾸기오

칭키스칸도 갔다고 하오

아인슈타인도 갔다고 하오

하나도 못 가지고 빈 손으로 갔다고 하오

이제 너도 나도 예고없이 떠난다 하오

마침표로 종말을 만들지 말고

죽음을 벗고 영원한 시작을 맞도록 합세

먼먼 빙하기를 넘어 지구의 새봄에

5억년 후에 우리 그냥 이 자리에서

요만큼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오!



성하의 계절


풀들이 나른한 눈을 뜨고

나비의 날개에 찢긴 

흔들리는 호수를 바라본다


목 쉰 뻐꾸기 한마리

순이야 순이야

부르는 목소리엔 

게으른 잠꼬대가 덧니처럼 돋아있다


한발작 물러서서 바라보면

모두가 허공을 향한 뜨거운 몸짓 뿐


불이랑 속에서 

더운 꿈이 무럭무럭 

키 크는 소리 들린다



소녀


짙은 그림자가 소녀를 에워싼다

벗어날 수 없는 감방에 갇힌 소녀

소녀의 여린 입술에서 피가 돋는 날

우주의 끄트머리 어디서인가

옷 벗고 걸어오는 파아란 목소리


광환에 싸여 소녀는

투명한 몸짓으로

영원의 나라를 입맞추고


속삭이는 하얀 팔뚝은

지평선 너머의 호수에서

꿈알같이 다정했던

삶의 이야기 낚아올린다


거품이 춤 추는 가람가

마지막 노을빛은 누굴 위한 스카프인가


먼데서 오는 족배 한척 기다리며

아리숭하게 웃는 소녀


내일,  티비뉴스가 궁금하다



당신


한 말뚝에만 매이지 않는 소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 바람

한 나무에만 둥지틀기를 거부하는 새

당신의 이름은 구름



가을 밤


텅 빈 하늘에는 먹다 던진 수박이 걸려있고

과수원 언덕길엔 놓쳐버린 웃음소리 낭자하다


귀뚤이

우는 소리에

향수조차 익어간다



고향의 비슬나무


어린날 함께 놀던 술래잡이 내 친구

대식품에 옷 벗고 하얗게 울었소


척박한 땅에 깊숙이 발을 묻은

이 땅의 파수군


다시 보니 그 나무가 하나님일세



고향 달


네 몸이 내 속으로

흘러드는 밤이었다


물굽이에 어둠이 덮히면

나는 니가 그리웠다


출렁이는 너의 빛이

나를 키워준 젖물이었다



봇나무의 눈


기다림을 지팽이 삼아

추운 시간속을 헐벗고 걸어가는

하아얀 북국의 처녀


꿋꿋한 뼈대 하나로

거룩한 침묵과 마주 서서

모든 것을 훌훌 내려놓고

호을로 오두마니 먼 하늘 바라본다


흘러가는 구름과 구름 사이

오고 가는 바람과 바람 사이

단풍처럼 고운 그리움을 펼치며


눈 한번 크게 뜨고 깊어가는 계절의

아리숭한 내면을 응시한다



송년 유감


스러지는 태양을 

라목 우에 걸어놓고 꿈을 충전한다


걸음마다 밟히는 지나온 시간들

아프다고 소리치는 마지막 달력장을 접어 

마음속 깊이 건사한다


작별의 저 고개 너머에

희망보다 고운 노을이 불타는 것은

님이여  또 다른 얼굴의 해님이

나의 시린 가슴에 

때늦은 사랑 노래 들려주기 때문이라오



첫 사랑


첫비가 오던 날 너는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꽃이 되였지


언제나 푸른 옷 입고

지평선 한끝에서 서성이는 너


구름과 함께 해살과 함께

노상 내 곁에 다가와

그날의 향기를 전해주는 너


오늘도 너는 내 생명의 들판에

바람의 언어를 심어주는

가슴에만 머문 꿈

별만이 아는 노래



비누


조금씩 조금씩 자기를 버리며 하얗게 웃는다

잡으면 잡을 수록 모호하게 일어서는 거품 속으로

어둠을 살라먹고 해살을 당겨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비누는 자꾸만 자기를 버리며

세상을 맑에 씻어준다



황사


멀리서 오는 주정뱅이 나그네가

병든 나팔 불며

하늘의 팔을 꺾어 부러뜨린다


눈을 뜨며 어둡고

눈을 감으면 보인다


마을도 도시도 휘청거린다

황사가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사람들은 갈데 몰라 서성인다



가을 쑥


마음을 벗으니

몸이 가볍다

스스로를 낮추니

하늘이 높다


앙상한 박토에

꿈자리 펴고

고단한 삶을 웃는다


훌훌 떠나가는 계절이면

맑은 향이 되여

세월의 잔에 내려 앉는다



사향


1

먼 원경지가 떠오르는 날

내 영혼의 숲에는 비가 내린다

별과 구름 사이에 징검다리 놓는 새들이

그날의 동산으로 나를 부른다

어느새 내 몸은

함초롬이 비에 젖어

봄버들처럼 흐느적인다


2

두 강물 구비 돌아

돌다리 건너 외진 마을

그 작은 마을이

이리도 잔인하게

내 목숨 물고 늘어지다니!


그 작은 오솔길이 

내 마음 꽁꽁 묶어

가난한 보리밭에 심어놓다니!


이 밤도 박우물 속 둥근달이

귀신 같은 내 얼굴 씻어주려나 보다


3


틀목 지붕 아래 뚫린 봉창틈으로

인정이 야울야울 김이 되여 피여오르고


늙은 달빛이 보리밭에 내려앉아

두런두런 시를 읊조리고


저문강, 호미 씻는 소리에

옛날의 이름들이 바르르 몰려오고


배나무집 새 색시는 일렁이는 하늘샘

순정으로 길어올리고


초록이 피여나 하늬바람 물들이면

아린 마음 시린 손 그 끝이 아련히

풀피리로 울었더니라



연변


1

아무리 읽어도 

못 다 읽는 책

아무리 불러도

못 다 부를 노래

아무리 꾸어도

못 다 꿀 꿈이어라


2

높고 높은 된장의 향기

깊고 깊은 숨결의 뿌리

신비한 연변땅에 오시면

그대는 잊으리

돌아갈 길 잃고 허우적이리


3

북국의 풍광

천리에 눈 날리고

만리에 술향기로세


하늘 땅이 노래하고

산과 물이 춤을 추는

연변은 복덩어리

연변은 웃음덩어리


4

가로수도 손벽치고

거리마다 미소 짓는

연변은 꿈나라

하아얀 꿈새들의 보금자리



늦가을 소묘


구절초 시린 가지에 매듭진 그리움이

풀지 못한 사연을 단단히 뼈물었다


어머니의 그림자가 배고픈 감자밭과

가난한 논두렁에 어른거린다


낙엽 위에 지는 해는 가을에 떠난 사람들을

하나 둘 헤아리며 붉은 눈물 흘린다


이제 들국화는 

누굴 위해 피여야 하나




무궁하리 그 영광

나 이제 너를 위해


끈질긴 목숨의 값에

피의 혼 불어넣으리


그리고

널 향한 사랑으로

스러져도 웃는 풀꽃이 되리




들판에 봄이

발목 접고 쉰다

바람이 푸른 이빨로

잔설을 씹으며 웃는다

개여울이 세월을 흔드니

작은 풀은 내 손목 잡고 속살거린다


-안녕?

내 이름은 봄이예요!



가을 산책


기억속에 물방울로 맺혔던 여름이 뒤걸음쳐 사라진다

황이 든 나무숲이 산야에 널린 오만의 흔적을 쓸어담는다

청춘은 한갖 유행가가 되여 거리를 쏘다니고

그리움은 비가 되여 쇼윈도를 적신다

이젠 소리 높던 바람도 입을 다물고

자신이 부끄러워 무지개를 불러 속내를 드러낸다

숭고하고 품격 높은 것은 

저물어가는 황혼길에 숨어있다

저 멀리 단풍잎에 앉아 가을이 걸어온다



가을 하늘


구름의 속치마 푸릿푸릿 열리니

하늘의 눈동자가 맑게 맑게 속삭이오

계절이 저렇게 높은 곳에 걸리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오



퍼내도 퍼내도 다함을 모르는

저 우물의 한끝에

내 꿈이 고이여 익어가오



무너지다


남자가 무너지고

여자가 무너지고

정조가 무너지고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무너지고

상하가 무너지고

안팎이 무너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빙산이 무너지고

드디어

하늘이 무너지고…



나의 시는


나의 시는 안개 속에서 노래 부른다

나의 시는 칼날 위에서 춤을 춘다

나의 시는 구름 언덕에 꽃을 피운다

나의 시는 시간과 공간 틈새에

그리움으로 숲을 펼친다

나의 시는 과거와 미래의 꼭지점에

빨간 눈물로 집을 짓는다



사모곡


어머니가 없는 집은 집이 아니다

어머니가 없는 고향은 고향이 아니다

공기처럼 해살처럼 항시 내곁에 머물며

내 삶의 잎새마다 적셔주는 분


이 시각도 나는

존재의 갈한 입 벌리고

내 생명의 비방울이신

어머니, 

그 거룩한 이름을 마신다



강변 살리


물이 

물이 푸르러

가슴마저 푸르러 

강변 살리


님이 좋아 

님 닮은 돌이 좋아

오늘도 돌 찾아 

강변 살리


거짓말 아니 하는

무언으로 속삭이는

참으로 유정한 돌이 좋아

그 돌 바라보며 

젊어지는 나의 꿈

그 돌 보듬어

설레이는 내 마음


강변 살리

님 닮은 돌이 좋아

돌 찾아 강변 살리



가을에게


들국화의 시린 미소가 구름 종 울리니

여름이 옷 벗고 우수의 계곡 따라 

어디론가 걸어갑니다


낙엽의 술잔에는 

하늘의 눈물이 반짝입니다


가을입니다 

단풍입니다

그대에게 부치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바람의 편지



그대의 계절을 

단풍의 불에 올려놓아

배고픈 이에게 바치는 

빵이 되게 하라


가슴을 스치는 바람을 붙잡아

그것이 노래가 되게 하고

그대가 가꾸는 터전의 포도가

꿈이 되어 익게 하라


강산의 영혼과 함께 걸으라

그러면 그대는 어두운 밤에도 

길을 잃지 않게 될것이다


시작하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라

가는 것과 머무는 것 사이에서

마냥 젊은 바람이 춤을 추게 하라 


생명의 심원한 비밀이

어머니 자연이 흘리는 

땀방울 속에 숨어있나니

대지의 영혼이 하늘과 당신을 

하나로 묶어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자손들

해빛은 생명의 노래이고

바람은 생명의 손길인것을


맨발이 대지와 만날 때

햇살은 간지러워 웃고

바람은 즐거워서 춤을 춘다



별을 사모하는 마음이

꿈으로도 만날 수 없는 

그분을 만나기 위해

성스러운 샘물터에서

마지막 깃을 가다듬고 있다



꽃의 웃음 속에서 

바람의 숨결 속에서

구름의 옷자락에서 

비방울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그분의 모습을 보고 있다


생각의 나무를 흔드는 바람

마음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해살 그리고

당신이 지금 꾸고 있는 꿈 속에

령혼으로 들어가는 신비한 문이 숨어있다


(끝)



제1부 푸른 행성, 2022

제2부 고비사막에서 답을 찾다

제3부 첫 눈의 비밀

제4부 수석 련가

제5부 우주의 노래

제6부 아리랑 마을

제7부 비에 젖은 새

제8부 자기와 악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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