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교육도 산업”이라는 말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자식 교육에 허리띠를 거듭 졸라매야하는 학무모들, 결혼해도 2세를 가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젊은 부부들, 자식을 키워본 나로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이른바 “교육이 산업화”된 피해를 보았다. 딸이 소학교를 졸업하던 해 그래도 가급적이면 학군이 좋고 향후 명문대 입시가 보장이 될 중학교를 선택한것이 북경에서도 이름 있는 군부대에 속한 학교다.
그 학교는 군부대 가족 자녀들만 입학하는 학교였는데 당시 한 개 반만은 별도로 사회를 상대로 학생을 모집한다고 했다. 단, 조건은 특기생이 아니면 국가상을 받은 학생을 우선으로 모집한다고 했다.
딸이 소학교 시절 글짓기 경연에서 여러 번 상을 받았고 북경시 “3호 학생” 칭호까지 받았기에 자신만만하게 신청을 넣었는데 최종 결과 발표에 딸의 이름은 없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학교에 입학하려면 기부금을 적어도 몇 만원이상 내야 한다나.(그 때 몇 만원이면 지금의 몇 십만원 맞잡이다)
개학식이 열리는 날 대체 어떤 가정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했는가를 알려고 학교 대문가에서 서성거렸다. 학교 대문에서 입학생을 내려놓는 차들은 거의 모두가 외제 명차다. 사회를 대상으로 한 개 반만 모집한다고 했지만 기실은 기부 돈을 받고 여러 개 반을 모집했단다.
분노가 치미는 순간이다. “돈밖에 모르는 학교!” 딸애 입에서 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 이제 갓 소학교를 졸업한 어린 딸이 너무 이르게 어지러운 세상의 부조리를 읽었던것이다. 딸의 말은 내 맘속에 비수마냥 꽂혔다. 나의 분노는 억누르면 되는데 딸애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주나?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전쟁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자식이다.” 이 말의 뜻을 나는 자식 일에 부모는 사활을 건다고 풀이한다. 했기에 아버지란 무엇이냐 라는 글에서 아버지란 자식한데서 아버지로 불리는 순간에 명을 거는 사람이라고 했다.
개학식이 있은 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내가 아들딸을 앞에 앉혀놓고 말했다. “돈이나 권세를 가진 집들에서 자식을 조기 류학까지 보내고 있지만 로임에 매달려 사는 나로선 그럴 여력이 없다. 바라건대 대학까지 마쳐라. 너희들에게 약속하마. 대학까지 마치면 내 피를 팔아서라도 해외 류학을 보낼거다.”
아들과 딸이 내 말에 잘 따라주었고 나는 약속을 지켰다.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류학을 떠나는 아들과 딸에게 각기 한마디씩 부연했다. 아들에게는 “사내가 칼을 뽑았으면 잡초라도 베라!”, 딸에게는 단 한마디 “너는 된다!”
나라 발전에서 두 분야만은 “산업화” 돼서는 절대 안 된다. 한 분야는 이미 거든 교육이고 다른 한 분야는 의료다. 교육과 의료는 리윤을 념두에 둔 “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과 미래와 관계되는 미래지향적인 복지사업이다.
국민들이 생명안전을 보장하는 병원, 지식의 요람, 미래를 키우는 요람인 학교는 절대 “돈 헤는 곳”이 아니다. 이 두 분야가 “산업화”되면 한마디로 미래가 없다.
原创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