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운동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앉아 지내는 나쁜 습관이 큰 걸림돌이다. 이런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운동 효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에 따르면 운동은 혈전(피떡) 위험을 낮춰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심장 건강에 좋지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지내거나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거나 밤에 TV를 한꺼번에 몰아보는 등 나쁜 습관에 젖어 있으면 운동 같은 건강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미국가정의학회(AAFP) 에이미 멀린스 박사(품질과학 담당 의료책임자)는 “운동은 피가 원활하게 돌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운동을 하느냐 보다는, 평소 얼마나 활동적으로 생활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종일 앉아 있으면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반면,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혈액 순환 개선과 혈전 형성 예방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 지침을 준수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앉은 채 보내는 사람은 다리에 혈전이 생길 위험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전은 심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버몬트대 의대 메리 쿠시먼 교수(혈액학·병리학)는 “동맥이 인체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 뒤, 정맥은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며 “다리의 정맥은 중력을 거슬러 혈액을 끌어올려야 하기에 그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리 근육이 매우 중요하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다시 보내기 위해선 다리 근육을 틈나는 대로 움직여줘야 한다. 다리를 몇 시간 동안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이 조금씩 굳기 시작한다. 이는 정맥혈전색전증(VTE)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증상은 수술, 외상성 부상, 암 등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단순히 오래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TV 너무 많이 보면 혈전 위험 1.7배 이상…규칙적으로 운동해도 위험 수준 비슷
쿠시먼 교수는 “혈전이 움직이거나 그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혈전은 뇌로 이동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미국에서만도 30만~60만 명이 정맥혈전색전증을 일으킨다. 이는 심장병, 뇌졸중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혈관병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혈전이 폐에 쌓이면 폐색전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폐색전증은 뜻밖의 호흡곤란, 빠른 호흡, 가슴통증, 심박수 증가, 어지러움 등 증상을 일으킨다.
쿠시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장시간 앉아있을 때의 신체적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45~64세 남녀 약 1만5000명을 20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TV를 '매우 자주' 시청하는 사람은 TV를 거의 또는 전혀 보지 않는 사람에 비해 생명을 위협하는 혈전 발생의 위험이 1.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V를 자주 시청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도 TV를 거의 보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혈전 발생의 위험이 1.8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암 투병 중이거나, 수술을 받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특히 혈전에 주의해야 한다. 4시간 이상 장거리 여행을 하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다.
쿠시먼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여러 가지 건강 상 이유로 중요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활동적인 자세를 유지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땐 압박 양말을 신는 게 좋다. 그는 “책상에 앉아 일하거나, 장시간 비행기를 타거나, 밤에 오랜 시간 TV을 보다가도 중간 중간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닝머신 위를 걸으면서 TV를 보거나, 매시간 알림을 설정해 동안 규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 걷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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