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서 에어부산 항공기 불에 타…176명 모두 탈출
홍콩행 항공기 이륙 전 주기장에서 화재…비상 탈출 과정서 3명 경상
탑승객 "수하물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불꽃 발생"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김선호 손형주 차근호 기자 = 설을 하루 앞둔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불길이 기내 완전히 덮치기 전에 탑승자 전원이 비상 탈출하는 데 성공해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이륙 준비 중 화재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이 때문에 기내에 연기가 자욱하고 불꽃이 튀기 시작하자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슬라이드를 타고 대피하는 과정에 승객 3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승객 중에는 외국인 22명(중국 18명, 미국 2명, 영국 1명, 필리핀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승객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항공기 뒤편 수하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가 났고, 승무원이 소화기를 들고 오는 사이 연기가 자욱해지며 선반에서 불씨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타닥타닥 소리가 난 것으로 볼 때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에 의한 불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 연료탱크에 항공유 3만5천 파운드…조심스러운 진화작업
화재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불이 항공기 앞쪽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붙자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38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68대와 인력 13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총력전을 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다.
한국공항공사 소방대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공군분대 소방대가 뒤를 이어 불길을 잡는 데 힘을 보탰다.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이라 항공유 3만5천 파운드가 실려 있었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불길이 연료탱크 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바짝 신경을 썼다.
불은 이날 오후 11시 24분께 초진됐고, 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 16분 만인 11시 31분께 항공기 대부분을 태운 뒤 완전히 꺼졌다.
◇ 항공기 2편 지연 운항…29일 스케줄은 확인 중
화재 여파로 대만행 이스타 항공 비행기와 필리핀행 진에어 비행기 등 2편이 각각 40여분 지연 출발했다.
김해공항 운항 시간은 오후 11시까지여서 이후 심야에 출발·도착하는 항공기는 없다.
한국공항공사는 29일 오전 항공기 운항 여부에 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2007년 10월 30일 제작된 기령 17년의 에어버스 기종이다. 2017년 5월까지 에어부산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운용하다가 넘겨줬다.
에어부산은 지난해까지 12년간 사고는 물론 준사고가 1건도 없어 항공편 수가 10만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10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사고로 그 기록이 깨졌다.
◇ 국토부·부산시, 사고수습에 총력
국토부는 항공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현장에 부산지방항공청장을 중심으로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며 사고 수습에 나섰다.
부산시도 시민안전실 사회재난과장 등 관련 부서 공무원을 현장으로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고 발생 직후 항공사고조사관 3명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고, 29일 9명의 조사관 중 추가 파견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항철위는 우선 화재가 발생한 HL7763 항공기(A321-200 기종)에서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 탑승자들의 증언과 항공기 운항 기록 등을 종합해 비행기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륙 지연으로 지상에서 불 나"…가슴 쓸어내린 승객들
사고 항공기, 앞 비행기와 간격 때문에 20분 지연돼
양쪽 날개에 항공유 가득 차 있어, 대피 늦었어도 '아찔'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손형주 기자 = 김해공항에서 승객 170명을 태운 에어부산 항공기는 이륙이 지연되면서 지상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은 이륙 후 불이 났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29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이 비행기에 있던 승객들은 불이 신고 시각보다는 빨리 낫다고 기억한다.
항공기의 33 번열에 앓아있던 20대 여성 손님은 당시 모든 승객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비행기는 9시 55분 출발 예정 시간을 넘겨 문이 닫힌 상태였고, 승무원들도 안전과 관련한 안내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던 중 기내에서 20분 정도 출발이 지연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 승객은 "비행기가 앞 비행기랑 간격 때문에 20분 지연 출발한다는 안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 방송을 듣고 5분 정도 기다리던 중에 불이 났다"고 밝혔다.
이 승객은 당시를 오후 10시 5분 전후로 기억했다.
불은 이 승객의 바로 앞줄에 있는 왼쪽 기내 수화물 선반(오버해드 빈)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승객은 "만약 지연 출발하지 않았으면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 선반에서 불이 났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면서 "비상탈출을 하면서 연기를 세 모금 정도 크게 들이마셨는데 곧바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불이 나면서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꼬리 쪽에서는 비상문이 2개가 있었는데, 좌측 편은 승객이 열었고 우측 편은 승무원이 열었다고 탑승객은 기억했다.
30번대 열에 앉아 있었다는 한 승객은 "승무원이 문을 잘못 열었는지 문을 다시 닫았다가 열기도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27번열에 앓아 있었던 한 손님도 "뒤에서 연기가 훅 나온 뒤로는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손님들끼리 당기고 밀고 하는 상황이었고, 승무원이 비상 탈출구로 탈출하게끔 만들어 줘야 하는데 손님들끼리 잡아주고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비행기는 이륙 전 항공유를 가득 채운 상태여서 대피가 늦었더라도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뻔했다.
김동학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비행기에 3만5천파운드의 항공유가 양쪽 날개에 가득 실려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방대가 집중적으로 특수차를 활용해 집중적으로 방어했다"면서 "남동풍이 초속 10미터로 불었고 항공유가 화재에 연속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와 부산항공청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안 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 수습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로 그나마 경상을 제외하고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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