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만난 남친의 프러포즈
10년 만에 다시 만난 소개팅 남성과 재회했지만, 남자친구의 전 재산을 알게 된 뒤 이별을 택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친구와의 결혼 포기.. 잘한 거겠죠?'라는 제목으로 여성 A씨의 사연이 게재됐다.
A씨에 따르면, 그녀의 남자친구는 10년 전 소개팅으로 알게 된 사람이다. 당시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몇 번 만난 후 연락이 끊겼는데, 최근 그에게서 연락이 와 사귀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현재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서른 중반인 그는 지금까지 두 달 이상 일을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A씨는 그의 성실성이 마음에 들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할 수 있지만, '애들은 안 굶기겠구나', '도박은 안 하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가 지난주 토요일 '프러포즈'를 했다. 갑작스러운 프러포즈에 감동받은 A씨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그때까지였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예식장부터 신혼집까지 결혼에 필요한 비용 견적을 내봤다. A씨는 "평소에는 의견도 잘 내놓던 남자친구가 뭔가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혹시 뭔가 걸리는 게 있나 물어봤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 고백했다. 그가 지금까지 모은 돈은 4000만 원에 불과했다. A씨가 모은 돈은 1억 중반 정도라고 한다.
남친의 집안·경제 사정 알고나니... "정신이 너무 아찔하다"
사연에 따르면, 남자친구와 그의 남동생은 아버지 생계를 위해 매달 100만 원만씩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살던 집 전세 보증금이 올라 전세를 빼고 월세로 돌렸다.
최근에는 동생이 자가를 얻어 회사 통근을 위해 3000만 원짜리 차를 사줬다고 한다. A씨는 그제서야 남자친구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남자친구는 결혼 후에도 아버지의 노후를 계속 챙겨드리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에 A씨는 자신의 미래 결혼생활을 상상했다. 그는 "그냥 얘기로만 듣던 오빠(남자친구) 가정사에 제가 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너무 아찔하다"고 했다.
A씨는 "백 번 양보해서 결혼식 가족끼리 해도 상관없다. 신혼여행도 태국만 가도 괜찮다. 집도 작은 방 한두 개 딸린 빌라에서 시작해도 괜찮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제가 생각하던 최소한의 선이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연애 감정이 싹 가라앉는다"고 했다.
결국 A씨는 이별을 택했다. 그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결혼 같아서 화요일 퇴근 후에 헤어지고 왔다. 미래를 생각하면 안 만나는 게 맞는데 이제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우울하다"고 했다.
A씨는 "헤어지고 돌아와서 하루 종일 울고, 부재중 전화 보고 또 울고"라며 "포기하길 잘한 거겠죠? 저희 어머니한테도 못 드리는 용돈 몇 백만 원을 남을 위해 매달 쓸 정도의 용기는 차마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돈 없는 건 괜찮은데 염치가 없다", "7000만 원 있는데 동생한테 3000만 원짜리 차 선물한 것부터 걸러야 한다", "남의 집 기둥 빼오는 거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한 결혼정보 회사에서 직업을 가진 후 연애 경험이 있는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연인 간 경제 상황 공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연인끼리 경제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연인 간 신뢰를 위해서'(32%), '연인의 경제력을 알기 위해서'(25%), '결혼 준비를 하기 위해서'(25%) 등을 꼽았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48%)은 '사생활이라고 생각해서'(83%)를 택했다.
응답자의 87%는 연인이 경제 상황이 연애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그 이유로 남녀 모두 '결혼까지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서'(46%)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