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해정 기자]
18년을 지켜온 직장에서 한순간 내 자리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고정 MC로서 프로그램을 대표해온 얼굴들이, 갑작스러운 하차로 눈물짓는 일은 전쟁 같은 연예계에선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과 조직 개편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잘 될 때는 '가족 같은 사이'다가 헤어질 땐 남보다도 못한 '하차 통보'가 서러운 건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매한가지다.
지난 1998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KBS 1TV '아침마당' 진행을 맡은 이금희는 2022년 1월 JTBC '다수의 수다'에 출연해 "'아침마당' 하차를 마지막 방송 사흘 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실직하셨던 분들의 (라디오) 사연이 오면 뭐라고 말씀을 해드려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조심스러웠는데, 일종의 실직을 당해보고 나니 어떻게 말씀을 해드려야 할지 알겠더라"고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하차 당시 '아침마당'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항의 및 하차 철회 요청의 글이 빗발치기도 했으나 KBS 측은 내부 아나운서를 활용하고 후배 양성 등의 이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단 3일 만에 하차가 결정된 것도 아닐 텐데 그간 프로그램을 위해 수고한 이금희를 위한 현명한 대처는 아니었다고 보인다.
방송인 박소현은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무려 26년간 자리를 지키며 26년 동안 변치 않는 동안 얼굴과 온화한 미소로 변함없이 시청자들을 반겨왔다. 그러나 이금희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과의 작별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8일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에 출연해 "섭섭한 마음이 더 크긴 했다. 26년을 매주 본 동료와 헤어지는 게 엄청 힘들었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현재 '와!진짜? 세상에 이런 일이'로 간판을 바꿔 달아 전현무, 백지영, 김호영, 김용명, 수빈의 진행으로 방송 중이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에 8년간 고정 출연했던 개그맨 유민상 역시 한 개인 채널에 출연해 "왜 같이 하나 찢어졌냐"는 질문을 받고 "갑자기 제가 빠지고 문세윤이 돌아와서 '이게 뭐야?' 하시는데 간단한 문제다. 8년을 같이 했는데 계속 시청률이 떨어지니 '너 이제 좀 나가라' 이렇게 된 거다"라고 설명했다. 'THE 맛있는 녀석들' 새 시즌에 개그맨 황제성이 합류한 것을 두고는 "그건 좀 이상하다. 날 빼고 황제성을 넣은 건 문세윤이 꽂은 게 아닌가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언급했다.
이 외에도 23년간 출연한 KBS 1TV '6시 내고향'을 떠나야 했던 개그맨 출신 리포터 조문식, MBC '놀면 뭐하니?' 개편 과정에서 하차 통보의 서러움을 겪은 개그맨 정준하, 신봉선 등 비슷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정준하는 하차 통보를 받고 "일생일대 술을 제일 많이 마셨다. 운 게 아니라 통곡했다. 촬영이 매주 목요일이었는데 집에 못 있겠더라"고 허탈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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