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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철이 없는 내가 좋다
한영남
나는 아직도 가끔 철이 없다는 말을 듣군 한다. 이제 반백인데 철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는것은 좀 너무하지 않나싶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의 단호하게 다이어트중이라고 대답한다.
아무래도 내 대답을 듣고는 동문서답, 현문우답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내 말인즉슨 철이 없다는것은 그만큼 무게(철은 쇠덩이고 쇠덩이는 무거우니까)가 나가지 않는다는 뜻일게고 그러니 나는 가벼운 체중 즉 다이어트중이라는 말이 성립이 되지 않나 뭐 이런 식이다.
이런 엉터리생각만 가지고있으니 진짜 철이 들려면 아직도 멀었지 싶기도 하다.
한 어린왕자가 제단앞에 꿇어앉아 눈물 글썽이며 말한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저 유명한 장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바스콘셀로스)의 대미를 장식한 구절이다. 그 장편소설의 백미이기도 하다.
나는 그 구절을 읽는 순간 철이 들려고 애써왔던 자신을 향해 픽- 웃어보였고 퉤- 침을 뱉어버렸다.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던 자신에 대해 걸죽하게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였다.
만일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고 전부 철이 잘 든 어른들만 있다면 어떻게 될가? 모든 일상은 지나치게 불문률화된 나머지 싱겁고 맹랑하기 그지없으리라. 저 땀과 피 튀기는 축구장에서도 유머스런 심판의 재치가 사람들을 축구에 더욱 열광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또 엄숙하기 이를데 없는 법정에서도 중이 술을 마시고 그렇게 처사하시면 안되지요 하는 판사의 말에 저는 씹도 잘합니다 라고 감히 유머를 할수 있었던 한국 중광스님은 사람을 한없이 편하게 만들어준다. 말하자면 인간냄새가 난다는 뜻이다.
세상사 본래 교과서가 없고 스승이 없다. 할진대 반드시 이렇게 해야 옳고 저렇게 하면 틀린다는 식의 자대가 있을수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는 생각은 이제 사라져야 마땅할것이다.
각설하고.
사람은 대개 사춘기를 지나면서 인생관이 수립되고 따라서 철이 들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갖춰진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철이 들었다고 하면 어쩔건가. 번연히 알면서도 사리사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큰길에 사람이 넘어졌으면 일으켜세우거나 의식불명일 경우 120구급센터나 110구조대에 전화를 해서 사람을 살려야 하는게 바른 순서가 될것이다. 그러나 혹시 자기한테 불똥이 튈가봐 멀리 에돌아가거나 아예 못본체 무시해버리는 사람들은 그럼 철이 덜 든것일가? 물에 사람이 빠졌는데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들고 촬영을 해대는 사람들은 그 수백명이 전부 철이 들지 못한것일가?
철이 든다는 말이 참 우스워지는 대목이다.
인간은 인간으로 불리우려면 인성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하는것이다. 철이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말이다. 지피지기 장심비심(知己知彼, 將心比心)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를 아는것으로써 남을 리해해주며 자신의 마음으로써 남의 마음을 비교하여 살펴주라는 뜻이다. 자기와 상관없다는듯이 강 건너 불보기로 팔짱 지른채 구경만 하는 철이 썩 잘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의문스럽다. 나는 절대 저런 일을 겪지 않을것이라는 믿음이 철석같은 사람들이 “대견”해보이기까지 한다.
사람 인(人)자가 둘이 서로 의지하는 꼴이라는것을 배워서 아는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인간(人間)이라는 글자는 그런 서로 의지하는 사람사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덕을 쌓는 차원을 떠나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그토록 태연자약하게 수수방관할수가 있단 말인가.
사건사고란이 미여지게 사람을 경악시키는 뉴스들이 뜨고있다. 친자식한테 못쓸 짓을 하는 부모들에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아버지를 돌보지 않아 결국 그 아비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등 뉴스들이 보는 사람들을 갑갑하게 만든다. 나는 저러지 않을수 있다라고 단호하게 가슴내밀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가. 다 제법 철이 잘 들었다는 어른들이 말이다.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바둑에서 알파고가 인간을 이겨버렸다.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있다. 그 인공지능이 제발 제대로 철이 들어서 인간의 못된 악습만은 닮지 말기를 바랄뿐이다.
회사 젊은 친구가 비염으로 고생중인데 무슨 민간료법같은거 알고있으세요 하고 문의해온다. 열심히 사이트를 뒤져서 비염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 좋은 차, 주의점 등을 잘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어쩐지 의사도 아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귀가 들크무레해진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철이 없는 이런 내가 약간 대견해보인다.
한영남
언론출판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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