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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 UP!] 〈1회〉 뇌 건강을 지켜라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치매는 인지 기능 저하에서 시작… 파킨슨병, 운동 기능부터 떨어져
두 질병 겹치거나 우울증도 생겨… 뇌의 회복탄력성 높이는 게 해법
사람들 자주 만나 접촉 늘리고, 두뇌 활성화 게임-놀이 즐겨야
치매와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다. 여기에 우울증까지 겹치면 노년의 삶은 괴롭다. 하지만 중년 때까지만 해도 ‘나의 문제’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틀린 생각이다. 40대부터 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노인이 되고 병에 걸리고 난 후에 대책을 찾으려면 늦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 치매와 파킨슨, 미리 주의하자
정상적이라면 뇌에 이상 단백질이 쌓여도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나이가 들고 뇌 기능이 떨어지면 이상 단백질이 계속 쌓이면서 치매와 파킨슨병을 유발한다. 증세가 서서히 진행되기에 한참 후에야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권도영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뇌의 피질에서부터 이상 단백질이 쌓여 안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에는 인지 장애와 기억력 저하 등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반면 파킨슨병은 뇌 안쪽의 뇌간에서부터 이상 단백질이 쌓여 위쪽으로 범위를 넓히기 때문에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운동장애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고 말했다.
평균적인 발병 연령대는 약간 다르다. 치매는 주로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65세 이후의 10% 정도는 치매로 이어진다. 반면 파킨슨병은 65세 이후에 3, 4% 정도가 발병한다. 파킨슨병은 그보다는 더 젊은, 60세 전후에 더 많이 온다. 40대에 발병할 수도 있다.
어떤 뇌 질환에 걸리든 시간이 지나면 두 질병이 중첩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은 몸이 느리고 걸음도 느리다. 손이 떨린다. 치매는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치매 치료제 분야에서 최근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해외에서 개발된 ‘항체 주사’인데, 아밀로이드와 같은 이상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다. 이르면 내년 국내에서도 이 치료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찬녕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존 약이 치매 진행 속도를 3, 4년 늦췄다면, 새로운 항체 주사는 9, 10년을 늦춰 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매를 완치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2주마다 1회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연간 3500여만 원이 들어가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도 해결 과제다.
●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권 교수는 “잘 관리하면 뇌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며 “노화와 충격 등에 잘 견디고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뇌가 쪼그라들거나 기능이 떨어져도 치매나 파킨슨병이 늦게 발생하거나 증세가 약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우선 금연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우울감이 생기지 않도록 감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신체 활동이다.
권 교수는 높은 강도의 운동을 추천했다. 권 교수는 “산책하는 수준으로 걷는다면 기분 전환이나 다이어트에 좋을 수는 있지만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엔 역부족이다”며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빨리 걷거나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무릎 관절이 아프다면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거나 벽에 손을 짚으면서 계단을 오르는 것도 좋다.
권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을 반드시 병행할 것을 권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러 근력 운동 중에 특히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스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일단 천장을 보고 눕는다. 무릎을 세운다. 엉덩이, 허리, 등을 최대한 올린다. 10∼30초 유지한 뒤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이렇게 5∼10회 시행하면 좋다. 또 다른 동작도 있다. 엎드린 상태로 발을 쭉 뻗는다. 양팔은 가슴 옆에 둔다. 이마는 바닥에 붙인다. 이어 가슴, 어깨, 머리 순서대로 상체만 일으킨다. 10∼30초 유지하고, 5∼10회 시행하는 것은 동일하다.
● 두뇌 자극하고 사회적 접촉 늘려야
치매를 예방하거나 초기 인지 장애 단계에서 병을 지연시키려면 뇌를 자극하는 게임을 자주 하는 게 좋다. 화투나 퍼즐 같은 게임이 적합하다. 다만 하루 종일 같은 게임만 하면 뇌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기 때문에 종류를 자주 바꾸는 게 좋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즐겨 보는 것은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 교수는 “스스로 사고하는 게 아니고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하기 때문에 상상하는 등의 뇌 활동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과 매일 전화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사람 중 누구의 뇌가 더 건강할까. 권 교수는 “실제 실험 결과 수다를 떠는 사람의 뇌가 더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늘려야 사회적으로 덜 위축되고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 정책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미비한 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 교수는 “치매 환자마다 증세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 달라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치료법이 모두 같다. 환자 맞춤형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이 단지 치매 환자를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케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년 이후 우울증 조심
노인성 우울증은 여러 가지다. 중년 이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이 노년기에 재발할 수도 있다. 우울한 경향이 있던 사람에게 적응장애나 기분장애 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우울증은 치매나 파킨슨병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또 치매 전 단계에서 깜빡깜빡하는 건망증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가 우울증이다. 노인 우울증 환자의 40∼50%가 치매 전 단계에서 병원에 온다.
정현강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앓으면 뇌에서 독성을 유발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신경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우울증 환자가 치매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정 교수는 “의욕 저하, 슬픈 기분, 식욕부진, 불면, 집중력 저하 등의 증세가 동반된 우울증이라면 치매 전 단계인지 정밀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치매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우울증을 2차 우울증이라고 한다. 치매가 생기면 뇌 손상이 되고, 이 때문에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40대 때부터 신경을 쓰자.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등 뇌 기능 개선을 위한 모든 방법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노력하는 게 우울증 예방에 좋다.
김상훈 기자/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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