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문학세상] (서정수필)겨울의 입구에 서서 가을을 불러보며/하늘이 저렇게 푸르게 열리면 가을아

文摘   2024-11-06 06:38   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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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수필

겨울의 입구에 서서 가을을 불러보며

한영남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창밖 쟁글거리는 마가을 해볕을 한줌 쥐여 냄새를 맡아봅니다

역시 가을은 오곡백과 무르익는 계절이네요

이럴 때면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싶군요 앞에 놓인 커피가 다 식어가도록

청춘은 때론 가을하늘을 몰라도 좋다고 했던가요

가슴을 열면 세상이 온통 내 것처럼 느껴지던 젊음을 뒤로 하고 이제 얼마쯤의 생각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여 가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단풍으로 붉었다가 락엽으로 흩날리는 가을이 저렇게 터벅터벅 세월의 뒤안길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꽃으로 왔다가 씨앗으로 갑니다

가을은 생글거리며 왔다가 리별의 아픈 눈물이 되여 떠납니다

가을은 잘 익은 술처럼 향기가 그윽하고 성숙된 남자처럼 매력적입니다

가을은 한 점 뜨거운 정열로 막 달려왔다가 웃음기를 거두고 사색 한 웅큼으로 응어리집니다

가을은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푸른 하늘이 흐르고 맑은 샘이 솟구치며 투명한 바람이 설레입니다

가을은 모르는 척 하려 해도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들어놓고 그러고는 시치미를 떼고 저렇게 넌짓이 높아가고 멀어갑니다

가을은 우리들에게 인생의 빗겨금 하나 주욱 그어주고 겨울한테 자리를 내주고는 짐짓 아무 말도 없이 강남 가는 기러기를 따라 훨훨훨 날아갑니다

그럴 때면 명년에 다시 보자는 약속이 왈랑절랑 차거워진 공기속에서 들려오는 듯 합니다

가을일가요?

가을이네요!

제대로 즐기지 못한 가을을 보내고나면 그해 겨울은 내내 침울하고 지어 짜증마저 납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노래말처럼 왔을 때 즐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겨울이 저만치서 얼음우를 미끄러져 오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새삼스레 떠나간 가을을 그리워해도 좋을 듯 합니다

겨울이 왔는데 겨울을 맞이할 궁리도 하지 않고 가을을 그리워하는 것은 약간 겨울에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가을이 그냥 좋은 걸요

해마다 보는 가을이 싫지 않고 밉지 않고 그냥 그냥 좋은 걸요

애인처럼

사랑처럼

`

서정수필

하늘이 저렇게 푸르게 열리면 가을아

한영남

아침 하늘이 어쩜 저리도 푸르다냐? 밤새 누가 저 너른 가을하늘을 락엽 하나 없이 푸르게 푸르게 쓸어놓았다냐?

시인들은 저 푸른 하늘에 손 내밀면 금세 푸른 물이 들 거라고 읊기도 하고 돌을 뿌리면 쨍그랑 하고 깨여질 것 같다고도 말하지. 근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물이 바닥 모래알마저 세일 수 있을 정도로 맑아지고 공기가 초겨울 살얼음처럼 투명해지고 기러기들이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남으로 남으로 날아가는 가을이야.

산에서는 활활 타오르던 단풍들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고요한 호수물에 닁큼닁큼 뛰여내리고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못참겠다는듯이 하얗게 너흘거리고 있어.

가을은 사색하는 계절이요 독서의 계절이요 말들을 하지만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가을 하늘을 마주하고 가을 벌판에 벌렁 누워 두팔을 펼쳐본 적 있니? 나는 그럴 때마다 지구를 등짐으로 짊어지고 하늘이라는 바다에 풍덩 뛰여드는 착각을 하군 해.

가을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지. 그게 가을이야. 굳이 누구와 언제와 어디라는 걸 떠나서 그냥 혼자라도 언제라도 어디라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 가을이야.

가을이면 어딘들 명소가 아니며 누군들 나그네가 아니랴.

굳이 알프스가 아니라도 좋겠지. 돈강, 센강, 템스강, 라인강, 허드슨강이 아니면 어때? 가을이라는 낱말만으로도 울먹이는 감성적인 사람이 곁에 없어도 괜찮겠지. 이 하늘, 이 공기, 이 물, 이 산, 이 바람만으로도 가을을 온전히 즐길수 있잖아. 근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나풀거리는 락엽이 가을이오 속삭이고 있어. 뒤산 내리는 개구리들이 가을이오 꽈르륵거리고 있어. 무서리가 내린, 조색판보다 더 다양한 색상의 들판에서는 메뚜기들이 가을이오 시름없이 풀쩍이고 있어. 산 정수리에서는 세월이 스쳐가는 소리가 가을이오 들릴 듯 아슴하게 메아리치고 있어. 바싹 마른 콩꼬투리 속에서는 노오랗게 또르르 살진 콩알들이 가을이오 차르랑차르랑거리고 있어. 근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가을이면 세상이 익어가고 익어가는 세상이 가을이오 소리소리 지르지만 왜 우리는 가을을 즐기면서도 가을을 보내야 하는 걸가?

가을의 뒤꽁무니를 따라 겨울이 오고 겨울의 하얀 치마자락에 끌려 봄이 오고 봄의 연두빛 미소 뒤켠에서는 장마비 가득 움켜쥔 여름이 기다리고 있고 여름의 무더위를 걷어내며 또 가을이 오겠지. 푸른 하늘에 기대선 백양나무 가지들이 부저가락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가을, 누가 뭐래도 이젠 가을이겠지. 근데 그거 알아? 난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면 웬지 자꾸 울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내가 통곡해도 가을은 오고 내가 통곡해도 가을은 가는데 먼발치에서라도 가을 푸른 하늘을 보면 나는 왜 리유없이 그저 그 하늘이 무너지도록 통곡하고 싶은 걸가.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눈물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가을은 저렇게 저혼자 깊어가는데…

인생은 이렇게 저혼자 지줄대는데…



 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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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이모와의 상봉이야기 (강순화)

⭕ [김혁 칼럼] 옷소매 푸른 끝동 - 옷 잘 입는 선비
⭕ (수필) 하이힐로 가꾸어가는 나의 삶 (류서연)
⭕ (수필) 낡은 편지/정원에는 봄이 출렁이는데 (김성철)

 (수필)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김성옥)
 (독후감) 옥탑방 서재에서 령혼의 갈피를 더듬다-<옥탑방,책 읽어주는 남자>를 읽고 (한문철)
 갑진년 룡해, 화룡과 룡정에서 '룡'을 보다 (리광인)

고 정세봉 작가 추모특집
[다시 읽는 정세봉] (단편) 고골리 숭배자
[다시 읽는 정세봉] (단편) 빨간 크레용태양
(추모글) 고집스러운 괴짜 소설가 (손룡호)
(추모글) "레르몬또브 정세봉" (김훈)

 [영상기록] 작가 정세봉, 인생과 문학을 말하다 (손룡호)
 [고 정세봉 추모시]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훗날 (리문호)

⭕ (단편) 몽(梦) (김정권)
⭕ (단편) 무료할 때 우리가 하는 일들 (박초란)
⭕ [김혁 만필] 잠꾸러기들의 서재

[문학닷컴] 림운호 시 (16) 청명 (清明)
[삶] (등산기) 봄눈이 내린 누에꼬치골 (성송권)
[문학닷컴] 림운호 시 (15) <장미야, 피여라 (외 3수)

고 현춘산 작가 추모특집
[고 현춘산 추모글] 꼭 그렇게 가셔야만(남옥란)/부고를 듣고(박정화)/현작가님(리춘련)/령혼은 마음속에(최옥자)
[고 현춘산 추모시] 선생님 선생님(리해란)/형님(고석)/빛뿌리며 사소서(김동휘)
[작가 현춘산선생 별세] 작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김훈)

 [삶] (수필) 핑크색 점 하나로 (오경희)
⭕ [김혁 칼럼] 오스카, 핵폭발 그리고 인물전기

⭕ [문학닷컴] (미니소설) 분리대 (김정권)

⭕ [좋은 글] "인생,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


고 류은종 교수 추모특집

[사람은 가고 시는 남고] 류은종교수 가사 15수

[류은종교수를 보내며] 3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리광인)


[추모글] 류은종교수의 제자와 후배 사랑 (렴광호)

[추모시조] 류은종 교수를 곡하노라 (김호웅)


[추모시] 류은종교수의 서거를 곡하노라 (김병민)

[류은종 교수 별세] 추도사: 류은종 교수님을 추모하여 (연변대학교 외국어학원)


⭕ [삶] (수필) "엄마, 날 버리지 않아서 고마워" (정련화)
 [김혁 단상] 소설가와 우물
⭕ [삶] (수필) 화분을 키우면서 (최진옥)

 [리강철 칼럼] 운을 잡는 습관을 어떻게 양성하는가
 [정신철 칼럼] 우리말, 우리글 전승의 또 하나의 길

⭕ [김광림 칼럼] 죽음에 대한 단상


⭕ [삶] (수기) 어머님의 휘파람소리 (성송권)

 전은주 시집 『빈집에서 겨울나기』 출간

 [김혁《옥탑방, 책 읽어주는 남자》출간기념회] (소감문) 나의 독서 년대기


 [삶] (산행수기) 부르하통하 얼음폭포를 찾아서 (성송권)
 [삶] (수필) 아버지의 리력서 (남태일)
 [삶] 누워계신 시어머니 수발 30년 든 며느리의 '딸 노릇'(홍계옥 구술)

 (수필) <4해>박멸에 총동원되다 (허룡석)
⭕ [김혁 만필] 오자와 세이지,지휘봉을 내려 놓다

[삶] 섣달 그믐날 (한영규)
[삶] 설명절의 감회 (김삼철)

 [김혁 력사만필] 1945년 후꾸오까, 시인의 죽음
⭕ [박장길 시] (30) 새해를 벽에 걸고 (외4수)

 [삶] '7자나무'와 어머니 (김삼철)
 (미니소설) 옥상에서 (김혁)
⭕ [삶] 누님의 기구한 인생 (성송권)

 [삶] 한국에서 15년째 맞는 설날 아침 (신석운)
 [삶] (오늘도 설레인다) 85세 고령에도 글쓰는 즐거움 (김삼철)

 [문학닷컴] '궁금이' 작가 팬들의 모임
 [삶] 나는 이런 사람이였다 (김춘월)

 [연변단풍수필회] 제5기 회장에 김창석 작가 선임
 [珍藏版] (시화전) 조선족대표시인 15인 30수
 [연변단풍수필회] 단풍이여, 활활 타오르라! -  25돐 기념행사 성황리에

 [珍藏版] 김학송 시집 《연변, 그 무궁한 아름다움》
김혁 독서칼럼집《옥탑방, 책 읽어주는 남자》 상,하권 출간
 [문학닷컴] 여기가 소수민족문학의 요람인가? (허룡석)

 [김혁 독서만필] "늙은 녀류작가"의 방
⭕ [문학사랑 꽃동네] 문학밭에 피여난 꽃송이들~
 [삶의 시] 80고개에 돌아보니 - 고향이란 무엇이길래 (김삼철)

[문학닷컴] (수필) 압록강반의 하얀 옷자락 (김동진)
[珍藏版] 강효삼 자서전《우리글과 나의 삶》
[삶] (수필) 떡치는 녀자 (정호원)

(미니소설) 입덧 (박일)
(단편) 작가지망생 (허룡석)
[김혁 미니소설] 세한도(岁寒图)

(수기) 올랴할머니 (리삼민)
강매화 시  <외할매 쌈지>
[삶] 나는 행운아 (김영란)

[삶] 콩길금 (허향순)
[삶] 바꿔본 역 (아화)
[삶] 훈장에 아로새겨진 아버지의 공훈 (최순희)

[김혁 만필] 책 냄새
[삶] 설날이 오면 (허미란)
[삶] (수기) 엄마는 천사 (최순희)

[삶] (수기) 뒤늦은 사과 (최희애)
(실화) 첫 출국길에서 당한 봉변 (허룡석)
[새해단상] 나는 항상 그 자리에... (김설송)

[삶]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홍매)
[삶] (수필) 늘그막 재혼 (리순자)
[방홍국 시] <똘이야 몽이야>(외2수)

2025 세계조선족문화대축제 행사 및 협찬에 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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